
뉴욕에 산다고 하면 대부분 맨해튼이나 브루클린을 떠올리죠. 그런데 뉴욕 다섯 개 보로 중 하나인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는 그들보다 훨씬 조용하고, 마치 다른 주에 있는 교외 도시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거긴 너무 멀잖아"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생각보다 살기 좋은 점이 많아서 지금은 '숨은 보석 같은 동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스태튼 아일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뉴욕 안의 교외'라는 점이에요. 맨해튼까지 페리를 타고 약 25분이면 갈 수 있지만, 생활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주택가 중심의 동네라 대부분이 단독주택이고, 마당 있는 집도 흔해서 뉴욕에서 보기 드문 '여유'를 느낄 수 있어요. 아침에 새소리 들리며 일어나고, 퇴근 후엔 앞마당에서 바비큐 파티 하는 일상이 가능하죠.
시끌벅적한 도시생활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딱 좋은 환경이에요. 교통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는 무료예요. 맨해튼의 사우스페리 터미널에서 출발해 자유의 여신상 옆을 지나며 섬으로 가는 뷰는 매번 탈 때마다 감탄이 나옵니다. 출퇴근 시간엔 사람이 많지만, 주말 낮에 타면 관광용으로도 정말 좋아요.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베라자노-내로스 브리지를 통해 브루클린으로, 또는 고타스 브리지를 통해 뉴저지로 나가기 쉬워서 교통 접근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통행료가 비싸다는 건 현실적인 단점이에요. 또 하나 좋은 점은 자연이에요. 스태튼 아일랜드는 뉴욕시 안에서 '가장 녹지가 많은 보로'로 불릴 만큼 공원과 산책길이 많습니다. 클로브 레이크 파크(Clove Lakes Park), 스태튼 아일랜드 그린벨트(Greenbelt), 스내그 하버 문화센터(Snug Harbor) 같은 곳은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힐링 명소예요.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피크닉 나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보다 훨씬 한적하고 여유로워요. 자연 속에서 도시의 피로를 잊고 싶을 때는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생활비 면에서도 뉴욕의 다른 지역보다 확실히 부담이 덜해요. 집값과 렌트비가 브루클린이나 퀸즈보다 30~40%는 저렴해서, 같은 예산으로 훨씬 큰 공간에서 살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 단위라면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게 큰 장점이죠. 대신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차 없이는 생활이 조금 답답할 수 있어요. 지하철이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버스나 페리를 타야 해서 출퇴근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만큼 조용하고 안전한 환경을 얻는 셈이에요.
또 스태튼 아일랜드는 뉴욕 중에서도 '보수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지역'으로 알려져 있어서, 밤에 길거리를 다닐 때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학교 수준도 나쁘지 않아서 자녀 교육 환경으로도 괜찮아요. 흥미로운 건, 이 지역은 뉴욕 안에서도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뉴요커이긴 하지만 동시에 뉴저지나 롱아일랜드 사람들과 비슷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죠. 주말이면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 해변가로 나들이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에요.
특히 여름엔 사우스비치(South Beach)나 미드랜드비치(Midland Beach) 근처로 나가면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멀리 바라보며 해변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녁엔 노을이 바다 위로 떨어지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요. 요약하자면, 스태튼 아일랜드에 산다는 건 "뉴욕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조용한 교외의 평온함을 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맨해튼의 화려함도, 브루클린의 힙함도 없지만 그 대신 넓은 공간과 여유로운 일상이 있습니다. 뉴욕 안에서 숨 쉴 틈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한 곳이에요.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살다 보면 이 조용함이 점점 중독처럼 편해진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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