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가로지르는 버스 하면 떠오르는 이름, 그레이하운드.

필라델피아의 한인들도 이민 초창기 이 버스를 타고 동부지역은 물론 플로리다까지 많이도 타고 다녔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지난 50년을 들여다보면 꽤 드라마가 많습니다. 마치 길 위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노장 같은 느낌이랄까요.

1970~80년대: 한때는 왕이었다

옛날에는 진짜 전국을 휘어잡았죠. 차 없는 사람, 학생, 군인, 이민자, 여행자까지 다들 그레이하운드를 탔어요. 기차보다 싸고 비행기는 비쌌으니까요. 그런데 자동차가 점점 대중화되고, 항공권이 싸지기 시작하면서 위기 신호가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80년대에는 큰 파업까지 터지고, 여기저기서 노선을 끊어내며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길 위의 개"라 불리던 버스가 털 빠지는 시기를 맞은 셈이죠.

1990~2000년대: 버티고 또 버티기

이 시기엔 합병도 하고, 경쟁도 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쳤습니다. 그런데 북동부에 저가 "차이나타운 버스"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더 꼬이죠. 가격은 절반 이하인데, 뉴욕–필라델피아–보스턴 같은 노선을 직통으로 달리니 사람들이 쉽게 갈아탔습니다. 그레이하운드는 일부 터미널을 팔고 노선을 줄여가며 "핵심만 남기기" 전략을 펼칩니다. 뭔가 큰 기업이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2010년대: 새 단장을 해봅시다

여기서 갑자기 변신을 시도합니다. 새 버스 도입하고, 와이파이 넣고, 콘센트 달고, 앱으로 예매하게 만들고, "그레이하운드 익스프레스"라고 좀 더 빠르고 깔끔한 노선도 만들었어요. 이미지도 바꾸려고 광고도 열심히 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도 옛날 버스 아니야, 좀 세련됐어!"라고 외치는 시기였죠.

2020년대: 팬데믹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장거리 이동 자체가 사라지면서 버스 회사들은 거의 직격탄을 맞았죠. 그레이하운드는 터미널을 매각하거나 외곽으로 옮기고, 운영 방식을 바꾸면서 다시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그러다가 최근엔 다른 글로벌 교통 기업에 인수되면서 또 한 번 변신을 준비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제는 "버스 회사"라기보다는, 여러 이동 서비스를 묶은 큰 플랫폼 속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죠.

사실 Greyhound Lines는 다양한 정부 보조금 및 지원 프로그램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농촌 지역이나 승객 수가 적은 노선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 사라지기 쉬운데, 이러한 노선 유지에는 연방 정부 및 주 정부의 "공공 교통 보조금"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예컨대 미국 연방교통관리청(FTA)과 주 교통국들은 버스 운영비, 터미널 유지비, 노선 재정착 등을 지원해 왔고, 이로 인해 그레이하운드는 완전 붕괴되는 일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팬데믹 기간 동안 연방 정부는 대중교통 운영 자금 지원을 통해 그레이하운드와 같은 장거리 버스 회사들이 운행을 잠시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정 부분 생존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시장 경쟁 속에서도 일정한 '공적 역할'을 유지해 왔으며, 이는 정부 보조 없이는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역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레이하운드는 승용차 보급, 항공권, 저가버스, 팬데믹, 디지털 혁신... 거대한 파도가 계속 밀려와도 어떻게든 버텨온 회사입니다. 그래서 미국 여행을 하다 길 위에서 은근히 보게 되는 이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미국식 생존기 같은 존재로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달릴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꾸준히 변신하는것도 능력이라는 걸 그레이하운드가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