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플로리다의 브라이트라인 열차 이야기를 봤습니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와 올랜도 구간을 최고 시속 200km로 달리는 속도감, 게다가 열차 안에서 샴페인도 주문할 수 있다니 그동안 미국기차 하면 느리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런 멋진 걸 탈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뉴스가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습니다. 이 열차가 화제가 된 이유가 '혁신'이 아니라 '사고' 때문이라는 거였어요. 2017년 개통 이후 지금까지 사망자가 180명(!)이 넘고, 작년 한 해에만 40명 넘게 이 열차에 치여서 목숨을 잃었다는 건 솔직히 좀 충격이었습니다.

아무리 고속열차라 해도 그렇게 많은 사고를 낸다는 게 믿기지 않았거든요. 뉴욕의 롱아일랜드 철도는 하루 천 번 가까이 다니는데도 사망자는 6명 정도라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이 열차를 "죽음의 열차(Death Train)"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브라이트라인  회사는 "불공평한 별명"이라며, 대부분의 사고가 자살이나 약물 중독 같은 개인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부 기관의 조사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보니, 이건 단순히 부주의한 사람들 탓만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원래 화물열차만 다니던 길에 고속열차가 쌩쌩 달리기 시작했으니, 동네 주민 입장에서는 환경이 너무 급격히 바뀐 거죠.

어떤 사고는 그냥 평소 다니던 샛길을 걷던 주민이 당한 경우도 많다더군요. 울타리도 없고, 경고판도 없고, 그 길로 다니던 게 일상이었던 사람들인데, 갑자기 200km 속도로 달리는 기차가 그 길을 지나가니 위험이 생긴 겁니다. 실제로 재활 중이던 한 여성이 회복 모임에 가다 철로를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회사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도 없지만 개인 책임으로만 돌릴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50년 동안 조용하던 동네 한복판을, 갑자기 고속열차가 수십 번씩 오가는 세상이라니 그 속도 차이만큼이나 사람과 시스템의 간극이 커 보입니다.

그럼에도 브라이트라인은 여전히 "미국 철도의 희망"이라고 불립니다.

민간 기업이 이렇게 빠르고 세련된 열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가능성이니까요. 실제로 이 회사는 이제 라스베가스와 LA를 잇는 브라이트라인 웨스트라는 초고속철도도 추진 중이라고 하더군요.

고속 열차가 '죽음의 열차'로 불리는 현실이라니 찝찝하네요. 결국 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이 뉴스가 다시 한 번 보여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