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퍼드에 살다 보면 이 도시가 조용해 보이지만 은근히 복잡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주청사가 있는 수도이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대도시의 화려함보다는, 오래된 건물과 공원이 많아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있어요.

경제만 놓고 보면 보험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도시라 'Insurance Capital of the World'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죠.

Travelers, Aetna 같은 대형 보험사가 자리하면서 화이트칼라 직업이 많고 안정적이지만 한편으론 제조업과 소매업이 줄어든 뒤로 경제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인상도 들어요. 그래서인지 도심은 평일 낮엔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많다가 퇴근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확 줄어 한산해지곤 합니다.

인종 구성도 다채로워서 히스패닉 비율이 높고 흑인 인구도 많은 편이라 거리에서 들리는 언어, 음식점 간판만 봐도 이 도시가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다는 게 딱 느껴져요.

한인 커뮤니티는 뉴욕이나 보스턴처럼 크진 않지만 그래도 한국 식당, 마트 몇 곳은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김치, 고추장 챙길 수 있는 건 큰 위안이에요. 학교에 가보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섞여 뛰노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동네 행사나 마켓에서도 인도 음식 옆에 푸에르토리코 간식이 있고 그 옆엔 소울푸드가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이 오히려 하트퍼드만의 매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만 치안은 솔직하게 말하면 동네마다 차이가 커요. 도심 일부 지역은 밤에 혼자 걷기엔 조금 긴장되는 분위기가 있고, 총기 사건이나 절도 뉴스가 가끔 흘러나오면 '그래도 조심해야지' 마음을 다잡게 되죠.

거주 지역을 고를 때 많은 이들이 West Hartford로 이유 없이 몰리는 것도 이해돼요. 학교 수준 좋고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고, 가족 단위 주거 지역은 주택가가 잘 가꿔져 있어 산책하기도 좋아요. 반면 하트퍼드 시내는 오래된 건물과 빈 점포가 섞여 있어 활력이 약한 날은 조금 쓸쓸해 보일 때도 있지만, 그 속에서도 박물관, 극장, 주 의회 건물 같은 문화적 자원이 가까이에 있다는 건 큰 장점이에요.

여름엔 리버프론트에서 열리는 행사, 겨울이면 도시 전체가 조용히 가라앉는 풍경이 또 다른 멋을 만들죠. 결국 하트퍼드는 요란하지 않지만 차근차근 삶을 쌓아갈 수 있는 도시 같아요.

경제 구조는 보험업 중심이라 안정도 있지만 산업 다양성은 필요해 보이고, 인종과 문화는 섞여 활기를 주지만 치안은 여전히 주민들에게 고민거리가 되는 부분. 

살다 보면 이 도시가 주는 느린 리듬이 다가오고, 가끔은 커피 한 잔 들고 도심 거리를 걸으며 '내가 지금 미국의 수도 중 하나를 일상처럼 누리고 있구나'라는 감상이 마음속에 스며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