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컷에 살다 보면 Hartford 중심에 우뚝 서 있는 State Capitol은 지나갈 때마다 새삼스럽게 바라보게 되는 건물이에요.

처음 이 도시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주 의회 건물이 뭐 그리 특별하다고?' 하고 지나쳤다가, 어느 날 친구랑 산책 삼아 들렀다가 생각 이상으로 웅장하고 독특한 분위기에 빠져버렸어요.

건물 외벽은 회색과 금빛이 어우러진 고딕 리바이벌 양식이라는데, 사실 어려운 설명 몰라도 그냥 가까이 서 있기만 해도 경건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반짝이는 금빛 돔은 멀리서도 딱 보이고, 햇빛이 비치는 날에는 유난히 따뜻한 광택을 내며 도시 풍경과 묘하게 어울립니다.

내부에 들어가면 천장이 높아 목소리가 한 번 울리고, 바닥 돌 사이로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한 기운이 느껴져요. 커넥티컷의 역사가 이 안에서 흘러가고, 지금도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죠. 저는 특히 로터리 홀을 좋아해요.

원형으로 열린 공간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둥근 천창 사이로 부드러운 빛이 떨어지는데 잠깐 멍하니 서 있으면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것 같고 뭔가 마음이 환기되는 기분이 듭니다.

의회가 열리는 날에는 양복 입은 사람들이 바삐 오가고, 학생 단체가 견학하러 온 모습도 자주 보여요. 체감상 이 건물은 도시의 뼈대 같고, 모든 논의와 결정이 이곳을 통해 숨쉬는 것처럼 느껴지죠.


하트퍼드는 뉴욕이나 보스턴처럼 화려하고 붐비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무게가 있는 도시예요.

주 의회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잔디밭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면, 나도 이 주의 역사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묘한 뿌듯함이 듭니다.

봄에는건물 주변에 벚꽃과 비슷한 연분홍 꽃이 피어 산뜻한 공기가 감돌고, 가을이면 단풍이 노랗게 익어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살포시 발끝에 쌓여요.

저는 그 계절을 가장 좋아해요. 건물 앞 벤치에 앉아 코트 깃 세워 두 손으로 따뜻한 머그컵을 감싸 쥐고 있으면 내가 커넥티컷에 정착한 이유가 또렷해져요.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용한 일상, 그리고 이런 역사적인 공간이 일상 속 산책 코스라는 사실까지. 종종 남편과 주차 걱정 없이 방문하려고 주말 오전에 나서는데, 차가 덜 막혀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한국에서 이런 느낌의 공공 건물은 주로 관광을 목적으로 찾아가곤 했는데, 여기서는 그냥 '우리 동네 건물'이라는 감각이 들어 더 친근해요.

저와 같은 교민들도 종종 가족 단위로 와서 잔디에서 도시락 까먹고 아이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놀아요. 그렇게 주 Capitol은 단순한 행정 기관이 아니라 동네의 공원 같은 공간, 우리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장소가 되었죠. 가끔은 역사 속 거대한 결정을 내리던 사람들도 지금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이 문을 드나들었겠지 하는 생각을 해요.

그렇게 시간의 층위를 한 번 더 느끼면 이 건물을 볼 때마다 조금 더 애정이 생겨요. 언뜻 보면 딱딱하고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늘 열려 있고 우리가 걸음을 옮기기만 하면 가까워지는 곳이라는 거죠. 앞으로도 아이가 더 자라고 친구들이 방문하면 꼭 다시 데려가 보여주고 싶어요.

하트퍼드 주 의회 건물은 그런 장소예요. 그냥 스쳐 지나면 배경에 머물지만, 한 번 천천히 걸음 멈추고 바라보면 커넥티컷이라는 주가 이 작은 도시 안에서 어떻게 심장처럼 뛰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