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s. Doubtfire', 로빈 윌리엄스의 따뜻한 코미디 - San Francisco - 1

아유, 이 영화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진짜 옛날 생각이 막 나네요.

아빠기 어디서 받아오신 미세스 다웃파이어 비디오는 90년대 중반쯤우리 집에서 비디오테이프 늘어질 정도로 봤아요.

1993년이면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도 그 장면들이 눈에 선해요.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그 코미디 영화 보면서 얼마나 웃고 떠들었는지 몰라요. 아이들이랑 같이 보기 딱 좋은 영화라고 동네 엄마들끼리 서로 추천하고 그랬어요. 특히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영화 보면서 "어머, 저기 우리 동네잖아!" 하면서 한 번 더 반갑고 그래요.

이야기는 뭐 다들 아시죠? 다니엘 힐러드라는 양반이 이혼하고 나서 애들이 너무 보고 싶어가지고, 글쎄 영국 할머니로 변장을 해서 전처 집에 가사도우미로 들어가는 거예요. 미세스 유피미아 다웃파이어라는 이름으로요.

아니, 발상이 좀 황당하긴 한데 로빈 윌리엄스가 워낙 천재라 그게 또 그렇게 자연스럽게 보이는 거 있죠. 로빈 윌리엄스의 즉흥 연기는 진짜 따라올 사람이 없었어요. 웃기다가 갑자기 눈물 찔끔 나게 만들고, 그러다 또 빵 터지게 만들고. 아빠가 자식들 보고 싶어서 저렇게까지 하나 싶으면 가슴이 짠하더라구요. 우리 애들도 그 장면에서 조용해지더라니까요.

피어스 브로스넌 얘기 안 할 수가 없죠! '미세스 다웃파이어' 보신 분들은 다 아시잖아요. 그 잘생기고 멀쩡한 양반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로 나왔는지 말이에요. 다니엘 힐러드의 전처 미란다랑 새로 사귀게 되는 남자, 스튜어트 더닝마이어 역으로 나왔잖아요.

그때 우리 다 봤을 때 어머나 저 남자 누구야 하면서 다들 한 번씩 더 쳐다봤어요.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잘생겼고 돈도 많고, 아주 그냥 흠잡을 데가 없는 남자로 나왔거든요. 로빈 윌리엄스가 변장한 다웃파이어 할머니 입장에서는 얼마나 약 올랐겠어요. 자기 전처가 저런 멋진 남자랑 잘 되어가는 꼴을 옆에서 봐야 하니까요.


근데 진짜 재밌는 게 뭐냐면, 이 영화가 1993년에 나왔잖아요. 그때 피어스 브로스넌이 007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기 바로 직전이었어요.

'미세스 다웃파이어' 찍을 때만 해도 그 양반이 본드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골든아이(GoldenEye)'가 1995년에 개봉했으니까 딱 2년 뒤에 007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본드 되기 전 풋풋한 시절의 피어스 브로스넌을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먼저 본 셈이에요. 아유, 그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사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원래 007 제안을 1986년에 한 번 받았었대요. 근데 그때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이라는 TV 드라마 계약 때문에 못 했다잖아요. 그 드라마가 끝났는 줄 알고 본드 계약하려고 했더니 방송사에서 다시 연장한다고 해서 결국 본드 자리를 놓쳤대요.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요. 그렇게 한 번 놓치고 나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1995년에 드디어 본드가 된 거예요. 그 사이에 '미세스 다웃파이어' 같은 작품에 나오면서 꾸준히 활동했던 거고요. 사람 인생이라는 게 참 그래요. 한 번 안 풀린다고 끝이 아니더라구요.

영화 안에서 스튜어트 캐릭터가 어찌 보면 좀 안쓰러운 면도 있어요. 자기는 미란다랑 잘해보려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건데, 옆에서 다웃파이어 할머니가 자꾸 훼방을 놓잖아요. 그 레스토랑 장면 기억나세요?

다니엘이 남자로도 식당에 있어야 되고 다웃파이어로도 있어야 되니까 화장실을 미친 듯이 들락날락하는 그 장면. 그때 스튜어트가 새우 알레르기로 목 막혀서 쓰러지는 거 다니엘이 하임리히 응급처치로 살려주잖아요. 카이엔 페퍼 잔뜩 뿌려놨던 그 새우 때문에요. 아유,

그 장면 진짜 명장면이죠. 본드가 새우 하나에 쓰러진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긴 한데, 그때는 그게 또 그렇게 긴장감 있게 나왔어요.

'Mrs. Doubtfire', 로빈 윌리엄스의 따뜻한 코미디 - San Francisco - 2

촬영지 얘기 나와서 말인데, 피어스 스트리트 2640번지 그 빅토리안 집 있잖아요. 영화에서 전처 집으로 나오는 그 예쁜 집.

그 집이 아직도 그대로 있어요. 2014년에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뜨고 나서는 그 집 앞이 완전히 추모 공간이 됐었잖아요.

그때 뉴스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사람들이 꽃이며 편지며 갖다 놓고 촛불 켜고. 지금도 가끔 그 앞을 지나가면 누가 꽃 한 송이라도 놓고 가더래요.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이 그 양반을 얼마나 아꼈는지 그것만 봐도 알겠더라구요. 평생 그 동네 사람이었으니 오죽했겠어요.

골든게이트 파크에서 찍은 장면들도 있고, 시내 여기저기 거리들도 영화에 막 나와요.

90년대 초반 그때 그 샌프란시스코 분위기가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빅토리안 주택들 죽 늘어선 거리, 가로수 우거진 길, 언덕길... 보고 있으면 그 시절로 타임머신 타고 가는 기분이에요.

식당 장면이나 야외 장면들도 다 진짜 그 동네 장소들이라 더 정감이 가요.

그리고 또 하나, 로빈 윌리엄스 본인이 마린 카운티 출신이잖아요.베이 에어리어가 진짜 고향이었던 거죠. 그 양반 살던 집도 팬들 사이에서는 다 알려진 곳이에요.

샌프란시스코가 그 사람한테는 그냥 도시가 아니라 인생 전체에 영감을 준 그런 곳이었던 거예요.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그래서 더 특별한 거 같아요. 그 양반이 자기 동네에서 자기 색깔로 만든 영화니까요.

근데 이 영화가 진짜 대단한 게 뭐냐면, 이혼이니 양육권이니 그런 무거운 얘기를 웃음이랑 감동으로 풀어냈다는 거예요.

요즘 같은 시대에도 이혼 가정 많고 애들 키우는 게 다 사연이잖아요. 그런 가정에서도 아빠 사랑, 엄마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그렇게 따뜻하게 보여줬으니.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들 마음에 남는 영화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에요.

샌프란시스코 배경 영화 중에서 이렇게 사람 냄새 나고 따뜻한 영화가 또 어디 있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