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하면 유리 빌딩의 스카이라인만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사실 이 도시는 거대한 담수 바다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습니다. 바로 오대호 중 하나인 Lake Michigan입니다.

관광객이 처음 보면 "이게 어떻게 호수냐, 바다 아니냐?" 하고 놀라는데, 솔직히 이해할 만합니다. 수평선이 보일 만큼 크고 파도도 쳐서 그냥 '내륙 바다'입니다. 시카고 사람들이 괜히 호수 자랑을 하는 게 아닙니다. Lake Michigan은 시카고의 경관, 기후까지 좌지우지하는 존재입니다.

크기부터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길이가 494km, 폭이 190km 가까이 됩니다. 면적은 약 58,000km². 우리나라 남한 절반 수준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잘 감이 안 오실 겁니다. 시카고 해변에 서서 Horizon을 보면 끝이 안 보입니다. 그제서야 "아... 정말 크긴 크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물 색도 계절 따라 변해서 여름엔 에메랄드빛, 맑은 날엔 코발트 블루, 겨울엔 우중충한 회색으로 바뀝니다.

이 호수의 존재감은 기후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시카고가 'Windy City'라 불리는 이유도 그냥 바람이 쎄서가 아니라 이 Lake Michigan이 거대한 바람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여름엔 호수 바람 덕에 열기가 좀 식는 편이라 "생각보다 괜찮네?" 싶다가도, 겨울엔 칼바람을 그대로 들이붓습니다.

눈보라와 함께 나타나는 lake effect snow는 시카고 주민의 멘탈을 시험합니다. 뉴스에서 "시카고 공항 항공편 수백 건 결항" 이런 소식 들릴 때 대부분 호수 탓입니다. 한마디로, 여름엔 고맙고 겨울엔 원망스러운 존재입니다.


수심도 만만치 않습니다. 평균 85m, 최대 281m까지 내려갑니다. 그냥 깊은 게 아니라 꽤 깊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도 물 온도가 생각보다 차갑습니다. 6월에 시원하다고 뛰어들었다가 바로 뛰어나오는 관광객들 자주 봅니다.

그래서 현지인은 "8월쯤 돼야 사람다운 물이 된다"라는 농담도 합니다. 덕분에 여름 산책할 때 호숫가에서 불어오는 공기는 정말 시원합니다. 에어컨? 필요 없습니다. 자연 바람이 더 낫습니다. 물론 전기세는 아껴서 좋습니다.

생태계도 나름 풍부합니다. 연어, 송어, 월아이 같은 어종이 서식하고, 새벽 방파제에 나가 보면 낚시하는 사람들로 줄 서 있습니다. 도시는 빠르게 돌아가도 호숫가엔 묘한 여유가 흘러갑니다. 해 뜰 무렵 빌딩 실루엣 넘어 안개가 피어오르면, 이 도시가 정말 자연과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물론 겨울엔 분위기가 180도 바뀝니다. 호수 일부가 얼고 바람은 뼈속까지 얼려버리며, 파도 맞은 벤치랑 나무엔 그대로 얼음 조각이 생깁니다. 멋있다고 하기엔 춥고 춥다고 욕하기엔 또 멋있습니다.

Lake Michigan은 시카고 그 자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없었으면 시카고는 그냥 바람 많고 추운 도시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 호수 덕에 여름엔 바다 같은 풍경을 즐기고, 겨울엔 공짜로 혹독한 자연 체험까지 할 수 있습니다.

좋든 싫든 시카고 사람들은 이 호수와 함께 동거동락하며 사는 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