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안토니오에서 몇 년 살다보면 이곳 겨울날씨 습도가 왔다갔다 널뛰기 하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제만 해도 습도가 10퍼센트도 안 되는 느낌이어서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코 안이 따끔따끔하고 입술이 바싹 말랐습니다. 빨래는 널어 놓으면 한 시간 만에 바삭해지고, 밤에 자다가 일어나면 목이 칼칼해서 물부터 찾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하루만 지나면 갑자기 습도가 60퍼센트로 뛰고, 하늘엔 낮은 구름이 깔려서 도시 전체가 눅눅해집니다. 아침에 나가면 안경에 김 서리고, 차 문 열면 안쪽 유리가 흐릿합니다. 같은 도시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더 웃긴 건 밤새 북풍이 세게 불고 나면 또 전혀 다른 날씨가 됩니다. 아침에 문 열고 나가면 공기가 바삭합니다. 습도는 다시 15퍼센트도 안 되는 느낌이고, 문고리 잡으면 따끔거리고, 이불 정리하다 보면 정전기 파바박 튀고, 머리카락은 혼자서 예술 작품을 만듭니다. 이런 날은 가습기 틀어야 하나 싶다가도 이틀 지나면 또 눅눅해 집니다.
그래서 샌안토니오에서 가습기는 참 애매한 존재입니다. 뉴욕이나 시카고처럼 겨울 내내 건조한 곳이면 고민할 것도 없이 필수지만 여기는 너무 변덕스럽습니다.
며칠 건조하다가 며칠 눅눅하고 또 갑자기 건조해지고, 계절이 아니라 바람 방향 따라 공기가 바뀌는 느낌입니다. 하루는 립밤이 필수고, 다음 날은 끈적해서 선풍기부터 찾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작은 가습기 하나쯤은 있으면 좋다고 봅니다. 코 예민한 사람이나 밤에 목 자주 마르는 사람은 특히 그렇습니다. 다만 24시간 돌리는 장비가 아니라 습도 20퍼센트 아래로 떨어질 때만 잠깐 켜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습도계 하나 사서 책상 위에 두고 숫자 보고 판단하는 게 제일 현실적입니다. 40퍼센트 넘으면 가습기 필요 없습니다. 그 이상이면 오히려 꺼야 합니다.
샌안토니오는 사막도 아니고 해안도 아닌 중간 지대라서 날씨가 늘 사람을 헷갈리게 합니다.
가습기가 필수냐고 묻는다면, 매일 쓰는 필수품은 아니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비상 장비 같은 존재입니다.
이 동네에서 사는 법은 장비보다 적응입니다. 오늘 건조하면 물 많이 마시고 내일 눅눅하면 에어컨 켜고 바람 바뀌면 다시 따뜻한 옷 꺼내 입으면서 살면 되니까요.







Coding Elf | 
TEXAS 낚시보트 | 
My Antoni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