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에 살다 보면 정말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다운타운은 건물도 많고 관광객도 붐비고, 리버워크 주변은 레스토랑과 호텔이 가득한데, 차를 10~20분만 밖으로 몰고 나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어느 순간부터 도로 양옆에 매끈한 빌딩 대신 낮은 창고형 상가, 교회, 목장이 보이고, 울타리 너머로 말이나 소가 느긋하게 풀 뜯는 장면을 볼 때도 많습니다. "여기가 도시 맞나?" 싶은 순간이 바로 옵니다. 이 도시의 매력은 바로 도시 속에서 시골을 금방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북쪽 281이나 1604를 따라 조금만 달리면 힐컨트리 풍경이 펼쳐지는데, 언덕과 돌산, 잡목림이 어우러져 도시스러운 느낌이 사라집니다. 새 아파트 단지 뒤편에 바로 목장이 있는 곳도 있을 정도니까요.

주말에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 30분 거리에 시골풍 카페, 와이너리, 트레일을 갈 수 있는 도시가 흔치 않은데 샌안토니오는 가능합니다. 마트까지 5분인데 뒤쪽 숲속에 사슴이 돌아다니는 집, 아침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안개를 보는 그런 생활이 말 그대로 현실입니다.

왜 이렇게 도시와 시골의 경계가 얇을까요. 우선 샌안토니오는 미국 서부식 확장형 도시 구조라 중심지에서 멀어질수록 개발 밀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높은 빌딩이 밀집된 지역은 딱 핵심 구역에만 있고, 조금만 벗어나면 단독주택이 펼쳐지고 그 너머는 바로 들판과 목장으로 이어집니다. 땅이 넓고 주거 지역이 퍼져 있다 보니 "한 도시에 도시와 시골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가 생긴 겁니다.

또 텍사스 문화 자체가 목장과 농업, 카우보이 전통과 깊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외곽으로 나가면 소 방목지, 건초를 쌓아둔 농장, 말 끄는 트레일러가 흔합니다. 주말에 코스트코 가는 길에 카우보이 모자 쓴 사람이 말을 타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을 만큼 도시와 시골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습니다.

이 분위기는 삶의 속도를 조금 느리게 만들어 줍니다. 리버센터 몰에서 쇼핑하다가, 저녁엔 도심에서 20분 떨어진 곳에서 바비큐 먹으며 별 보는 식의 삶이 가능하죠. 뉴욕이나 LA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균형입니다.

정신없이 바쁜 평일에도 주말만 되면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금방 숨어버릴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아이 키우는 가족은 특히 이런 환경을 좋아합니다. 뛰어놀 땅이 많고, 교육적으로도 자연 체험이 가깝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많아 교통 편의가 부족한 곳도 있고, 갑자기 길이 어두워지는 구간도 있습니다. 쇼핑·카페·문화 시설이 중심지에 몰려 있어 외곽에 살면 차 없이는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걸 단점이라기보다 "도시와 시골의 중간지대에 산다"는 특성으로 바라보면 오히려 색다른 매력이 됩니다.

그래서 이곳에 살다 보면 "도시의 생활을 누리면서도 시골의 여유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