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서디나의 고급 주택단지 배경에는 100년이 넘는 도시의 역사, 자연환경, 그리고 남캘리포니아 특유의 기후가 맞물려 만들어진 긴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19세기 말, 로스앤젤스가 아직 황량한 농지였던 시절, 동부에서 이주해온 부유한 사람들은 따뜻한 햇살과 깨끗한 공기를 찾아 이 지역으로 몰려들었어요.
그중에서도 패서디나는 '겨울의 피난처'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았죠. 눈 대신 햇살이 내리쬐는 겨울, 산이 가까워 공기가 맑고, 무엇보다 고급 리조트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상류층의 휴양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1900년대 초, 콜로라도가(Colordo Blvd) 주변엔 유럽풍의 저택이 하나둘 들어섰고, 정원과 벽돌 담장이 있는 주택들이 패서디나의 상징이 되었어요.
그 시절 건축가들은 단순히 집을 짓는 게 아니라 '기후에 맞는 삶의 방식'을 설계했죠.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창, 오렌지 향이 스며드는 정원, 붉은 기와 지붕 아래 넓은 테라스가 바로 그 시대의 패서디나식 주거 문화였어요.
1920~30년대가 되면, 로스앤젤스 중심가로의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더 많은 사업가와 예술가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했습니다. 당시의 부자들은 시끄러운 도심보다 산과 가까운 패서디나의 조용한 언덕 위를 선호했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곳이 바로 샌라파엘 힐(San Rafael Hills), 애로요 세코(Arroyo Seco), 그리고 사우스 아로요(South Arroyo) 같은 고급 주택 지역이에요.

이곳은 지금도 패서디나의 부촌으로 꼽히는데, 단순히 집이 크거나 비싸서가 아니라, 역사적인 가치와 자연 경관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당시엔 '정원도 하나의 예술'로 여겨져서, 주택 설계와 함께 조경 디자이너가 반드시 참여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걸어가다 보면 100년이 넘은 나무들과 손수 심은 장미가 골목마다 보입니다.
1950~60년대에 들어서면서 로스앤젤스가 급격히 팽창하자, 패서디나는 다시 한 번 고급 주거지로 주목받아요. 인근 도시들이 공장과 상업지로 변하는 동안, 패서디나는 '정원도시(Garden City)'라는 별명을 지키기 위해 개발 제한을 두었어요. 덕분에 이 시기의 부동산은 단순한 땅값이 아니라 '생활의 품격'을 사는 개념으로 바뀌었죠. 대신 그만큼 규제가 많고 유지비가 높았어요. 주택의 외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고, 나무 한 그루를 베려면 시의 허가가 필요했죠.
그런 이유로 이 지역은 지금까지도 중산층이 쉽게 진입하기 힘든 곳이 되었어요. 1980년대 이후엔 헐리우드 배우나 기업가, 교수, 건축가들이 다시 패서디나 언덕 위로 몰려들었어요. 특히 사우스 아로요 지역은 영화 촬영지로 자주 쓰이면서 '고전적이지만 현대적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굳혔죠.
예를 들어 영화 Back to the Future나 Father of the Bride의 배경이 된 집들도 이 주변에서 촬영되었어요. 그 덕분에 패서디나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미국식 클래식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 되었죠. 요즘의 패서디나 고급 주택단지는 단순히 크고 화려한 집이 아니라, 오래된 전통 속에 새로움을 섞은 공간이에요.
1920년대 양식의 외벽 안에 스마트홈 시스템을 숨기고, 역사적 디자인을 유지한 채 내부를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는 게 요즘 트렌드죠. 그런 집들은 대부분 300만 달러가 훌쩍 넘고, 그 가격 안에는 '시간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어요.
결국 패서디나의 고급 주택단지는 돈으로만 살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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