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서디나에 산다는 건 한때 남캘리포니아의 '품격 있는 삶'을 상징했어요.

2025년도 들어서 그 말이 좀 무색해졌다고나 할까.. LA도 예전같지 않은데 패서디나도 많이 변해간듯 합니다.

패서디나는 1940년대부터 부유층과 학자, 예술가들이 모여 살며 '지적이고 고상한 도시'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는 로스앤젤스가 산업과 영화로 떠들썩할 때 패서디나는 여유롭고 고요했죠.

올드타운 거리마다 붉은 벽돌이 반짝이고, 로즈 볼 퍼레이드는 도시의 자존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품격이 세월을 이기지 못했어요. 1950~60년대까진 가족 중심의 평화로운 중산층 도시로 이름났고, Caltech이나 NASA JPL 덕분에 '지식인의 도시'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원룸 세입자들이 늘고, 과학자 대신 임대료 걱정하는 젊은 부부들이 더 많아졌죠.

길거리 카페에서 노트북 두드리던 사람들? 이제는 일자리를 찾거나 부업하는 사람들일 때가 더 많아요.

"역시 패서디나다"라는 말 대신 "요즘 여기도 별 수 없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죠.

70~80년대 주민들이 힘들게 복원했던 빅토리안 하우스들도 지금은 억소리 나는 세금과 관리비 때문에 방치된 경우가 많아요.

갤러리로 바뀌었던 극장들은 다시 문 닫고, 그 자리에 체인 커피숍이나 부동산 사무실이 들어섰죠.

올드패서디나 거리도 한때는 재즈 밴드가 흘러나오던 낭만적인 골목이었지만 지금은 관광객용 셀카 명소로 전락했어요.

밤이 되면 음악 대신 차량 소음과 술 취한 사람들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죠.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하던 도시였지만, 이제는 렌트비와 물가에 쫓겨 서두르지 않을 수가 없어요.

여전히 예술과 과학이 공존한다고 말하지만, 미술관은 입장료가 올랐고, 천문대는 주차료 때문에 발길이 줄었어요.

패서디나 사람들은 각자 아름다운 자기 집 정원에서 생각하고, 대화하고, 거리에서 인사한다"던 말도 이제는 옛 이야기예요.

이웃마다 인사하던 여유는 이제 스마트폰 화면 보면서 바쁜 나날들로 바뀐것 같네요.

2020년대의 패서디나는 더 이상 과거의 부자 동네도 낭만의 도시도 아니에요. 물론 여전히 집값은 비싸지만, 그게 '품격'은 아니잖아요.

젊은 창업가들이 들어온다지만 오래 버티는 사람은 드물고 예술가들이 연 스튜디오는 임대료 못 내서 금세 사라져요.

패서디나 과거의 품격과 미래의 창의성? 이제는 둘 다 세금과 주차 문제 사이에 끼어 버린 단어 같아요.

예전엔 "패서디나에 산다"는 말이 자부심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LA보다 조금 조용한 동네 산다"는 말로 들리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