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가 태어난 하트퍼드 마크 트웨인 하우스의 반전 - Hartford - 1

하트퍼드 파밍턴 애비뉴를 지나다 보면 붉은 벽돌에 뾰족한 지붕이 줄줄이 솟은 집 하나가 눈에 걸립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교회인가 싶을 정도로 장식이 많죠. 바로 마크 트웨인 하우스입니다.

흔히 이 집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태어난 곳이라고 소개합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순서대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트웨인이 왜 코네티컷까지 왔는지부터 보죠. 미주리 출신 작가가 뉴잉글랜드에 자리 잡은 이유는 의외로 실용적이었습니다. 그의 책을 내던 출판업자 일라이샤 블리스가 하트퍼드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1871년 누크 팜이라는 동네에서 셋집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짓기로 했고, 뉴욕 건축가 에드워드 터커먼 포터에게 설계를 맡겼습니다.

공사는 1873년에 시작됐는데, 정작 부부는 그때 해외에 나가 있었습니다. 설계 협의는 주로 아내 올리비아가 맡았다고 하고요. 1874년 9월, 집이 다 완성되기도 전에 가족이 먼저 들어가 살기 시작했습니다.

예산도 한참 넘겼다고 합니다. 처음 계획보다 1만 달러 이상 더 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집 짓다 보면 예산 초과는 150년 전에도 똑같았던 모양입니다.

이웃도 대단했습니다. 바로 옆집에 엉클 톰스 캐빈을 쓴 해리엇 비처 스토가 살았거든요. 노예제 반대 여론을 흔든 작가와 미국 문학의 상징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산 셈입니다.

이 집에서 가족이 산 기간은 1874년부터 1891년까지, 17년입니다. 그 사이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 미시시피강의 생활, 아서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를 썼습니다.

숫자로 보면 더 놀랍습니다. 톰 소여가 1876년, 허클베리 핀이 미국판 기준 1885년에 나왔으니, 대표작 두 권이 10년 안에 이 집 시기에 다 나온 겁니다. 한 작가의 전성기가 한 주소에 이렇게 몰린 경우가 흔하지 않지 않나요?

작업실은 3층 당구장이었습니다. 당구대가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책상은 구석에 붙어 있습니다. 당구대를 등지고 앉아 썼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저는 이 대목이 제일 재밌습니다. 서재를 따로 꾸미지 않고 놀이 공간 한쪽에서 글을 썼다는 게 이 사람답거든요. 손님을 불러 당구 치고 시가 피우다 다시 원고로 돌아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갈라집니다. 여름마다 가족은 뉴욕주 엘마이라에 있는 쿼리 팜으로 갔습니다. 올리비아의 언니 수전 크레인 부부의 농장이었습니다.

1874년 수전은 언덕 위에 팔각형 작은 서재를 지어 트웨인에게 선물했습니다. 톰 소여의 앞부분, 그리고 허클베리 핀과 미시시피강의 생활 상당 부분이 이 서재에서 초고로 쓰였다고 엘마이라 쪽 자료는 설명합니다.

트웨인 본인도 1886년 인터뷰에서 그 서재를 허클베리 핀의 집이라고 불렀습니다. 거기서는 다른 곳보다 열 배 빨리 썼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원고의 상당 부분은 엘마이라의 여름에 쓰였고, 하트퍼드는 1년 대부분을 보내며 다듬고 출판까지 이어간 생활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트퍼드의 의미가 줄어드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출판사가 있었고, 가족이 자랐고, 작가로서 돈과 이름을 다 얻은 곳이니까요. 두 장소를 같이 놓고 봐야 그림이 완성되지 않나요?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트웨인은 페이지 식자기라는 자동 활자 조판기에 큰돈을 넣었다가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결국 1891년 가족은 생활비가 덜 드는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 집에 돌아와 살지 못했습니다. 1896년, 맏딸 수지가 하트퍼드에 들렀다가 이 집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트웨인은 1904년 집을 팔았습니다.

그 뒤로 집은 학교, 도서관, 아파트로 쓰이며 여러 주인을 거쳤습니다. 화려한 저택이 세입자들이 나눠 쓰는 아파트였던 시절도 있었다는 게 좀 씁쓸합니다.

1962년 국가 사적지로 지정됐고, 1960~70년대에 걸쳐 복원됐습니다. 2003년에는 바로 옆에 박물관 건물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이민자 입장에서 이 집을 보면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트웨인 역시 남부 미주리에서 북동부로 옮겨와 새 동네에 섞여 살았던 사람입니다. 출신이 달라도 일과 인연을 따라 자리를 잡는 건 지금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허클베리 핀은 지금도 인종 표현 때문에 학교 도서 목록에서 논쟁이 됩니다. 저는 금지보다는 시대 배경을 같이 가르치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노예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을 빼버리면 그 역사를 이야기할 기회도 같이 사라지니까요.

옆집 스토의 집도 지금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두 곳을 묶어 하루 코스로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나절 정도면 충분합니다.

운영 시간이나 입장료는 계절마다 바뀌니 가기 전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가이드 투어로만 내부를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 예약도 미리 해두시고요.

가을에 가면 특히 좋습니다. 붉은 벽돌 집과 단풍이 꽤 잘 어울리거든요. 아이가 있다면 톰 소여를 미리 같이 읽고 가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정리하면, 톰 소여와 허크는 하트퍼드 저택과 엘마이라 언덕 서재, 두 집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을 통째로 품고 있는 집은 하트퍼드 쪽입니다.

저라면 하트퍼드 집을 먼저 보고, 여유가 되면 여름에 엘마이라 서재까지 가보겠습니다. 한 작가의 17년을 두 장소에서 맞춰보는 재미가 꽤 쏠쏠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