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스틴에서 대학 다니면서 아파트에 살고 있었을때 다른 미국 아파트들처럼 전기온수히터가 달려 있거든요.
그러다가 제가 전기세 좀 아껴보겠다고 친구집에 놀러간 3일 동안 온수히터 전원을 꺼버린 거예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다시 전원을 켜고 바로 샤워하려고 하니까 차가운 물만 쏟아져 나오는 거 있죠.
순간 이게 고장 난 건가, 아파트 매니지먼트에 전화해야 하나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알고 보니 전기온수히터라는 게 그렇게 바로 뜨거운 물을 주는 게 아니더라고요.
미국 아파트에 흔히 설치된 전기온수히터는 대부분 30갤런에서 50갤런 정도 되는 탱크형이라서 탱크 안에 물을 저장해 두고 전기 히터로 천천히 데우는 방식이에요.
그러니까 가스온수기처럼 불 켜자마자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지 않고, 시간이 꽤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전원 켜고 나서 한 2시간 정도 지나니까 물이 미지근해지면서 겨우 샤워할 만해졌어요.
근데 문제는 오래 샤워하려고 하면 갑자기 다시 찬물이 나오더라고요. 탱크 전체가 다 데워진 게 아니니까 중간중간 온도가 들쭉날쭉한 거예요.
결국 안정적으로 온수를 쓰려면 2~3시간은 기다려야 하고, 탱크가 큰 경우에는 3~4시간도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파이프 안에 남아 있던 찬물이 먼저 나오니까 초반에는 물 온도가 금방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은 전원을 다시 켤 때마다 샤워하려면 적어도 두 시간은 기다려야겠다 하고 마음을 아예 고정해 뒀어요.
전기세 아낀다고 며칠 꺼두는 건 괜찮은데, 돌아와서 바로 샤워하려면 낭패 보기가 딱 좋아요.
또 제가 느낀 건, 온수히터를 오래 꺼뒀다가 다시 켜면 처음엔 괜히 불안하기도 해요.
고장 난 건가 싶고, 전기 많이 먹는 거 아닌가 싶고. 그런데 알고 보면 다 정상이고, 그냥 기다림의 문제인 거죠.
그래서 다른 미국 도시에서 혼자 살면서 아파트 전기온수히터를 쓰는 분들이라면, 전원을 다시 켠 뒤 최소 1시간, 넉넉히는 2~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 꼭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아요.
저처럼 성급하게 샤워 준비하다가 찬물 맞고 식겁하지 않으려면요.
그리고 온수히터 전원을 꺼두는 게 전기세 아끼는 데는 도움이 되긴 하지만, 솔직히 몇 푼 안 아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는 장기간 집을 비울 때만 끄고, 하루 이틀 정도 비울 때는 그냥 켜 두려고 해요.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샤워를 편하게 하려면 그게 차라리 속 편하겠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