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나도 나이가 들어 친구들과 함께 하던 추억의 고전게임을 그리워할때가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뭐든지 다 되는 세상이지만, 문득 그 시절 인터넷방에서 밤새도록 웃고 떠들던 기억.
2,000년도 인가... 인터넷 속도도 느리고 CRT 모니터가 당연했던 시절. 그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게임이 있었다. 바로 '포트리스2'.
그때는 '슈탱'만 나와도 가슴이 뛰었다. '슈퍼탱크', 그 묵직한 포격감! 필드 위에서 내 탱크가 무대를 휘어잡을 때의 짜릿함이란, 요즘 게임에서는 도무지 느낄 수 없는 감각이었다. 나는 늘 탱크를 고집했다. 무식하게 한 방 한 방 쏘는 맛이 있었달까. 파워조절, 각도 맞추는 그 순간의 집중력은 지금 회의시간에 느끼는 피로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몰입이었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피시방 가서 "형, 자리 하나 비면 알려줘요!" 하며 기다리던 때가 생각난다.
화면 속 내 캐릭터는 2D였지만, 그 전투만큼은 실감났다. 포탄이 날아오고, 지형이 무너지고, 조준선이 내 앞에서 바들바들 떨릴 때, 마치 전장의 사령관이 된 기분이었다. 한 번은 실수로 팀킬을 했는데, 채팅창에 "ㅋㅋㅋㅋㅋㅋㅋ"만 줄줄이 올라오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그게 그 시절의 유머였다.
슈탱이 필드 위에 등장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다들 목숨 걸고 슈탱 잡겠다고 총력전. 간혹 내가 슈탱을 차지하면 채팅창에 "탱크형, 믿고 있어요!"라는 응원도 올라왔다. 그 짧은 순간, 나는 피시방의 영웅이었다. 게임이 끝나면 결과창 뜰 때까지 긴장했고, 랭크 오를 때는 괜히 어깨 으쓱해지곤 했다.
그땐 커뮤니티도 따뜻했다. 지금처럼 욕설이나 정치 얘기 넘쳐나는 댓글 대신, "와 방금샷 뭐임?", "고수 인정합니다" 같은 순수한 게임 칭찬이 오갔다.
친구랑 함께 전략 짜고, 적팀이랑 눈치 싸움 벌이고, 팀원이 잘해내면 박수치고 실수해도 같이 웃으며 넘기던 그 시절. 빨콩을 고각으로 바람에 맟우어 원샷 낸 걸 보면 다 같이 감탄했었다. 고수들의 각도 계산과 파워 조절은 지금 생각해도 예술이었다.
요즘 게임은 너무 복잡하다. 무기 종류도 많고, 스킬도 외워야 하고, 소통도 디스코드로 해야 하고. 포트리스는 단순했지만, 그래서 더 열정적이었다. 딱 각도, 파워, 바람만 보면 됐으니까. 그 단순함 속에 전술과 심리전이 있었고, 실패하면 웃으며 다시 도전했다.
이제는 친구들도 다 직장인이고, 피시방보단 골프 약속이 더 많지만... 가끔은 그때처럼 다시 포트리스 한 판 하고 싶다. 팀원들과의 호흡, 한 방 한 방에 담긴 승부욕, 그리고 슈탱 나오면 모두가 흥분하던 그 열기. 그건 아마 내 청춘의 일부였고, 여전히 내 기억 한구석에 불씨처럼 남아 있다.
아직도 난... 슈탱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