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는 미국 건국의 뿌리가 가장 깊이 남아 있는 곳이다. 특히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프레더릭스버그(Fredericksburg) 같은 도시의 올드 타운을 걸어보면, 마치 18세기 식민지 시절로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상점, 돌바닥이 남아 있는 좁은 골목, 가스등 모양의 가로등까지 모두 그 시대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알렉산드리아의 올드 타운이다. 워싱턴 D.C.에서 포토맥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이 도시는 1749년에 세워졌다. 조지 워싱턴이 청년 시절 장교로 일하던 시절 자주 드나들던 항구도시였고, 그가 다니던 교회와 식당,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던 선술집이 아직도 남아 있다. 메인 거리인 킹 스트리트(King Street)는 18세기 상점 건물들을 개조해 카페, 서점, 갤러리로 쓰고 있다. 문 하나 열고 들어가면 향긋한 커피 냄새와 함께 오래된 나무 바닥의 삐걱거림이 반긴다. 창문에는 당시 양초 모양 조명이 켜져 있고, 거리에는 수공예 장인이 만든 가죽제품이나 유리공예품이 진열되어 있다. 이 모든 풍경이 '식민지 시절 미국의 우아한 일상'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윌리엄스버그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불린다. 18세기 미국 식민지 수도였던 이곳은 도시 전체가 역사 재현 공간이다. 관광객들은 당시 복장을 한 배우들과 함께 거리를 걷고, 대장간에서 불꽃 튀는 쇠망치 소리를 들으며, 식민지 의회가 열리던 주청사 건물에도 들어갈 수 있다. 특히 '거버너스 팰리스(Governor's Palace)'는 당시 영국 왕의 대리인이 살던 곳으로, 금박 문양의 벽지와 넓은 정원, 촛불이 켜진 식탁까지 모두 그대로 복원되어 있다. 저녁 무렵 말이 끄는 마차가 천천히 지나가면, 진짜로 2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프레더릭스버그의 올드 타운은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정감이 있다. 미국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의 흔적이 동시에 남아 있는 도시로, 오래된 주택 옆에는 전쟁 당시 사용된 포탄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그 흔적이 음산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이 도시가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거리마다 벽돌로 된 작은 레스토랑이 있고, 간판도 세련된 네온 대신 손으로 칠한 나무 간판을 그대로 쓰고 있다.

버지니아의 올드 타운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식민지 시대의 정신이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 시절 사람들은 영국의 지배 속에서도 자신들의 자유와 자치권을 꿈꾸었고, 그런 열정이 결국 미국 독립의 씨앗이 되었다. 그래서 버지니아의 옛 도시는 단지 예쁜 건물의 모음이 아니라, '미국이 태동하던 현장'인 셈이다.

지금도 그 거리를 걷다 보면, 벽돌 사이사이에서 옛사람들의 대화가 들리는 듯하다. 회중시계가 찰칵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시대, 말발굽이 돌길을 울리던 시절의 공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곳, 그것이 바로 버지니아의 올드 타운이다. 이곳을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라면, 왜 미국이 이 땅에서 태어났는지를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