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지니아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주는 도시다.
처음 그곳에 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고요함'이었다. 건물들은 낮게 자리 잡고 있고, 도로에는 차 대신 마차가 다니며,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조차 18세기 식민지 시대 복장이었다. 마치 영화 세트장 같지만, 이곳은 실제로 미국 건국의 초석이 놓였던 진짜 역사 현장이다.
도시의 중심은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Colonial Williamsburg)'라 불리는 구시가지다. 1699년부터 1780년까지 버지니아의 수도였던 곳으로, 당시 영국 왕실의 영향 아래 식민지 정부가 운영되던 시절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해놓았다. 길을 걷다 보면 군복 차림의 병사들이 행진하고, 대장간에서는 쇠망치 소리가 쨍쨍 울리고, 거리 모퉁이에서는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온다. 관광지라기보다는, 마치 시간이 멈춘 작은 마을에 잠시 초대받은 기분이다.
내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거버너스 팰리스(Governor's Palace)'였다. 식민지 시절 영국 총독이 거주하던 이곳은 웅장하면서도 정교했다. 입구를 지나면 양쪽 벽에 반짝이는 무기들이 줄지어 걸려 있고, 붉은 카펫 위에는 당시 귀족들이 사용하던 긴 식탁이 펼쳐져 있었다. 가이드가 말하길, 이곳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왕의 위엄'을 보여주는 정치적 공간이기도 했다고 한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정원은 대칭 구조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그 길 끝에는 '자유의 시작'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왕의 대리인이 살던 집 바로 옆에서 미국의 독립정신이 싹텄다는 것이다.
팰리스를 나와 브루톤 교회(Bruton Parish Church) 쪽으로 걷다 보니 가로등마다 양초 모양의 전구가 켜져 있었다. 오후 햇살이 드리운 골목을 따라 말이끄는 마차가 지나가고 아이들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교회는 1715년에 세워진 건물로, 지금도 예배가 열리고 있다.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이 예전에 이곳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하니 안에 들어서자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점심은 18세기 선술집을 복원한 'King's Arms Tavern'에서 해결했다. 촛불이 켜진 나무 테이블 위에 전통식 수프와 파이, 그리고 따뜻한 사과주가 나왔다. 웨이터도 당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메뉴를 설명하면서 "이건 1770년대 레시피입니다"라며 웃었다. 음식은 정갈했고, 그 시대 사람들의 식탁이 어떤 분위기였을지 상상하며 먹으니 시간의 경계가 잠시 흐려지는 기분이었다.
오후에는 식민지 의회 건물로 향했다. 붉은 벽돌 건물 안에는 나무 벤치와 촛대가 놓여 있었고, 가이드는 "여기서 독립을 논하던 버지니아 의원들의 열띤 토론이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은 미국 헌법의 기초가 마련된 곳 중 하나로,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역사 수업의 일환으로 견학을 온다고 한다.
해질 무렵, 윌리엄스버그의 거리는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돌바닥 위를 걷는 마차 바퀴 소리가 리듬처럼 울리고, 가게 앞에서는 악사가 플루트를 불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음악에 맞춰 천천히 걸었고,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속도의 반대편'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윌리엄스버그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미국이 태어난 무대'다. 영국의 통치를 받던 식민지 시절, 자유와 독립을 꿈꾸던 이들이 밤새 토론을 하던 바로 그 장소에서,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곳의 공기에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시작의 열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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