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년 레이크(Canyon Lake)에 있는 댐의 역사를 알면 텍사스 샌안토니오 인근지역의 생명줄 같은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캐년 레이크는 자연 호수가 아니라 인공호수예요. 1950년대 큰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지속적인 홍수 피해였습니다. 특히 과달루페 강(Guadalupe River) 유역은 비만 오면 집이 떠내려가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됐어요.

미 육군 공병대(U.S. Army Corps of Engineers)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댐을 만들 계획을 세웠고 공사는 1958년에 시작돼요. 1964년, 캐년 댐(Canyon Dam)이 완공되면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금의 캐년 레이크(Canyon Lake)입니다. 호수 수면 높이는 평균 약 909피트, 수심은 최대 40미터에 달하며, 총 수용 용량은 약 5억 1천만 톤이 넘어요.

댐은 단지 홍수 조절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상수도 공급, 전력 생산, 그리고 레크리에이션 공간 제공이라는 세 가지 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캐년 레이크가 생기면서 수몰된 마을이 있다는 점이에요. 작은 농촌 마을 몇 곳과 당시 도로 일부가 호수 바닥에 가라앉았고, 수위가 낮아질 때마다 옛날 도로 흔적이나 건물 잔해가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록들은 텍사스 역사 자료관이나 지역 박물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실제로 어떤 다리 구조물은 수위가 낮아지면 호수 위로 다시 고개를 내밀기도 하죠.

지금의 캐년 레이크는 텍사스 중부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물놀이 명소 중 하나입니다. 낚시, 보트, 스쿠버다이빙까지 가능한 곳이죠.

그런데 이 모든 게 단지 '놀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거예요.

본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구조물이었고, 동시에 수자원을 지키기 위한 큰 그림 속에 탄생한 호수인 거죠.

그런데 텍사스 가뭄이 지난 5년간 심해지면서 올해 6월초만 해도 정말 '물이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바닥이 갈라진 레이크 주변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고, 어디선가는 오래전 침수된 줄만 알았던 구조물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죠.

그게 꼭 재난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레이크 물이 줄어들자 당연히 보트 선착장은 멈췄고, 수영하던 구역은 흙먼지만 날렸고요. 캠핑하러 온 가족들은 뻘밭을 바라보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캐년 레이크를 다시 찾았을 때 맨바닥을 드러냈던 호수가 다시 찰랑찰랑 넘치고 있더라고요. 이게 바로 자연의 힘이구나, 싶었어요. 사람 마음이 어쩔 수 없이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걸 다시 느꼈달까요.

샌안토니오 근교에 사시는 분들, 혹시 올해 여름에도 어디 멀리 떠나기 부담된다면, 캐년 레이크 한 번 다시 가보세요.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반겨줄 겁니다.  비 온 직후에는 수질이 흐릴 수 있으니 날씨 보고 가시는 건 기본입니다... 이게 또 텍사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