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비만 오면 괜히 긴장하게 됩니다.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면서도, "혹시 이번에도?"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거죠.

지난 한 달 사이에 산안토니오와 그 인근 지역에서 무려 80명 넘는 사람들이 홍수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말 믿기 힘든 숫자입니다.

6월 12일 밤새 내린 폭우로 산안토니오 공항 동쪽방면에서 급류에 휩쓸린 다수의 차량 발생, 스스로 빠져 나오거나 구조되지 못한 13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운전하다 날벼락이었으니 그 뉴스만으로도 꽤 큰 충격이었죠.

그런데 불과 3주 뒤인 7월 4일 새벽, 또다시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집중 폭우가 커 카운티(Kerr County)에 쏟아졌다"

그 폭우로 인해 1미터도 안되는 강물 수위가 무려 9미터로 순식간에 올라갔다고 합니다. 결국 피하지 못한 여름캠프에 참석한 청소년들을 포함 무려 7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는 겁니다.

불과 30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산 안토니오 지역에서 80명이 넘는 생명이 홍수피해로 사라졌다는 사실이 너무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홍수의 특징은 간단하지만 너무나도 치명적이었습니다.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은 양의 비가 내린 것. 구아다루페 강 인근지역는 4시간 만에 무려 25cm-30cm가 넘는 비가 퍼부었다고 합니다.

보통 시간당 3cm 비가오면 강한비라고 이야기 합니다. 만약 시간당 6cm 넘게 비가내리면 웬만한 지역도 버티지 못합니다.

실제로 도로는 순식간에 강처럼 변했고, 마을과 캠프장, 숙소는 그냥 물살에 휩쓸려버렸습니다.

피할 시간도 없었다고 합니다. 자다가 깨어보니 물이 무릎까지 차 있었고, 이미 문밖은 떠내려가는 가구와 나무들로 가득 찼다고 해요.

이 지역은 '플래시 플러드 앨리(Flash Flood Alley)'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급류성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곳입니다.

얇은 토양, 경사진 지형, 배수가 어려운 구조 등 지리적인 약점이 뚜렷한 지역이죠.

게다가 갑자기 내리는 폭우까지 겹치면 사람들은 그저 "도망칠 새도 없이"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특히 충격적인 건, 21명이 어린이였고, 그중 많은 아이들이 과달루페 강 근처의 여름 캠프에 참가 중이었다는 점입니다.

현재도 실종자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지 관리자는 "점점 생존자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어른들...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어떤 심정일까요.

사실 이 지역은 예전에도 비극이 있었습니다.

1987년에는 교회 버스가 다리 위를 건너다 홍수에 휩쓸려 10명의 청소년이 사망한 일이 있었죠.

37년이 지나도, 같은 슬픔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