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한국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어릴때 즐겨먹던 간식거리나 분식에 대한 추억이 살아있죠.
어릴 적 제게 떡볶이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어요.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골목길을 걸어가면 항상 있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분식집의 빨간 냄비 속 풍경이었죠.
떡과 어묵이 보글보글 끓고, 고추장 특유의 매콤하고 달콤한 향이 골목을 가득 채우면,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어요.
"아줌마, 떡볶이 1,000원어치 주세요!" 그 한마디면 손바닥만 한 접시에 떡과 어묵, 그리고 약간의 국물이 담겨 나왔죠.
지금 생각하면 그 양이 많지도 않은데, 그땐 참 행복했어요.
한국 사람에게 떡볶이는 이렇게 어릴 때부터 친근한 음식이에요.
친구와 수다 떨며 먹던 학교 앞 떡볶이, 시험 끝난 날 특별히 사 먹던 분식집 떡볶이, 비 오는 날 유난히 생각나는 포장마차 떡볶이까지...
어느 순간부터 떡볶이는 '맛'보다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에게 떡볶이는 '추억 보정'이 강하게 걸린 음식이에요. 어린 시절의 따뜻한 순간들이 양념처럼 배어 있어서, 입안에 매운맛이 돌 때마다 그때의 웃음과 온기가 함께 떠오르는 거죠.
반대로 외국인 친구들에게 떡볶이를 소개하면 반응이 엇갈려요. 매콤달콤한 양념이 낯설고, 쫄깃한 떡 식감이 익숙하지 않거든요.
특히 매운맛에 약한 사람들은 첫입부터 물을 찾기도 해요.
불닭같이 치즈맛도 없고 맵기만 한 거죠 ㅋㅋ.
저도 미국에서 살면서 몇 번이나 떡볶이를 만들어 외국인 친구들에게 줘봤지만, '맛있다'는 반응보다는 'Interesting(재밌는 맛이네)'라는 말이 많았어요.
사실 떡볶이는 어릴 때부터 먹어야 그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음식 같아요.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추억이 맛을 완성하는 거죠.
그래도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시장표 떡볶이의 매력은 또 다릅니다. 특히 국물이 넉넉한 시장 떡볶이는 매운맛 속에 어묵 육수의 깊은 감칠맛이 배어 있어요. 집에서도 그 맛을 재현할 수 있죠.
제가 자주 만드는 시장 떡볶이 국물 넉넉 레시피를 소개할게요.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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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떡 400g (말랑하게 물에 불려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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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3~4장 (먹기 좋은 크기로 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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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1대 (어슷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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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1.2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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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10마리, 다시마 1장 (육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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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3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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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 2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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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1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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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2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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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당 2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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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진 마늘 1큰술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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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물을 붓고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10분간 끓여 육수를 만들어요. 끓는 중간에 다시마는 먼저 건져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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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에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다진 마늘을 넣고 잘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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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린 떡과 어묵을 넣고 중불에서 5~7분 정도 끓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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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이 말랑해지면 대파와 올리고당을 넣고 한 번 더 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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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넉넉하게 남아 있도록 불 조절을 하면서 졸이지 않고 마무리하면 완성이에요.
이렇게 만든 국물 떡볶이는 어묵 국물과 양념이 어우러져 맵지만 시원하고, 떡을 다 먹고 난 뒤 남은 국물에 어묵이나 라면 사리를 넣으면 또 다른 한 끼가 돼요. 가끔은 이렇게 집에서 떡볶이를 만들면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웃으며 먹던 그때를 떠올리곤 해요. 아마 이게 떡볶이의 진짜 힘이 아닐까 싶어요. 추억과 맛이 함께 끓어오르는, 그래서 늘 특별한 음식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