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왜 한국처럼 왜 ‘금고’·‘징역’처럼 나누지 않을까? - Los Angeles - 1

얼마 전에 한국 뉴스 보다가 "금고형 선고"라는 말이 나왔다.

미국 오래 살다 보니까 순간 "금고? 감옥 안에 금고를 넣어준다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재 개그가 아니라 진짜로 순간 헷갈렸다.

그래서 찾아봤다. 금고형이 뭔지, 미국엔 왜 그런 게 없는지.

알고 보니 이게 단순한 법률 용어 차이가 아니라 헌법 구조 자체가 다른 문제였다.

한국 형법은 사람을 가두는 형벌을 세 가지로 나눈다. 징역, 금고, 구류. 이 세 개가 다 다르다.

징역은 우리가 흔히 아는 거다. 교도소 가고, 노역도 의무다. 안 하면 불이익 있다.
금고는 교도소는 가는데 노역 의무가 없다. 원하면 자발적으로 할 수 있지만 강제는 아니다.
구류는 30일 이하 단기 구금. 경범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즉, 금고형은 "가두긴 하는데 일은 안 시킨다"는 형벌이다. 기간은 유기금고(1개월~30년)와 무기금고가 있는데, 무기금고가 실제 선고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럼 누가 금고를 받냐? 대체로 교통사고 과실치사 같은 과실범, 폭력성이 낮은 경제범죄, 예전엔 특정 정치·양심사범 케이스도 있었다. 판사 입장에서 "사회에서 격리는 필요한데, 일반 범죄자랑 똑같이 노역까지 시킬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할 때 쓰는 카테고리인 거다.

참고로, 원하면 자발적으로 작업장에 배정받을 수 있다. 작업점수가 쌓이면 형기가 단축되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나가고 싶다"는 금고수형자들은 자원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엔 이런 카테고리가 없다.

미국 형법 체계를 들여다보면 '금고'에 딱 맞아떨어지는 제도가 없다.

미국은 그냥 "구금형(incarceration)"이라고 뭉뚱그려 놓고, 세부 조건은 교정기관 규정에 맡긴다. 판사는 그냥 "X개월 구금"이라고 선고하면 끝이다. 노역을 시킬지 말지는 판결문에 명시하는 게 아니라 교정국(Bureau of Prisons)에서 알아서 정한다.

왜 이렇게 됐냐? 여기서 13차 수정헌법(1865년)이 등장한다.

이 헌법 조항을 요약하면 이렇다: "노예제와 강제노역을 금지한다. 단, 범죄에 대한 처벌로는 예외." 남북전쟁 끝나고 노예제 폐지하면서 만든 조항인데, 이 예외 조항 하나가 미국 교도소 시스템의 DNA를 결정해버린 거다.

이 조항 덕분에 — 혹은 탓에 — 죄수 노동은 미국에서 법적으로 완전히 허용된다. 연방교정국(BOP)이나 다수 주 교정국은 수감자가 일정 시간 일을 해야 한다고 규정해 놨다. 거부하면? 징벌 방 배정, 가석방 불이익, 쌓아둔 형기 단축 포인트 박탈. 실질적인 제재가 따른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감옥 가면 노역은 default값이다.

그럼 미국 감옥에서 어떤 일을 시키나? 생각보다 범위가 넓다. 급식, 세탁, 시설 보수 같은 교도소 내부 유지 업무는 기본이고, 캘리포니아 같은 주에선 산불 진화 작업에 수감자를 투입한다. 고속도로 청소, 공공 시설 관리도 있다.

더 논란이 되는 건 민간기업 하청이다. 미국 일부 교도소는 수감자들이 기업 생산 라인에서 일하고, 그 임금은 시장 임금의 극히 일부만 받는다. 이걸 두고 "13차 수정헌법 예외 조항을 이용한 현대판 강제노동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 나온다. 이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 콜로라도, 앨라배마, 오리건 등 6개 주가 주헌법에서 그 '범죄 처벌 예외' 문구를 아예 삭제했다. 근데 문구만 없앴을 뿐, 실제 교정 규칙은 별로 안 바뀌었다는 지적이 많다. 시스템이 그렇게 쉽게 바뀌진 않는다는 거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 금고형이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한다는 건 입법자들이 처음부터 "노역을 시키는 것 자체가 형벌의 한 요소"라고 봤다는 뜻이다. 그래서 노역 없는 구금을 별도 카테고리로 만든 거다.

미국은 그 구분 자체가 없다. 노역은 그냥 수감 생활의 일부이고, 법원이 아니라 교정기관이 컨트롤한다. 시스템 설계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른 거다.

어느 쪽이 낫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13차 수정헌법의 그 예외 조항이 지금까지도 미국 사회에 꽤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한국 형법의 금고형이 구시대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적어도 "노역 자체를 형벌의 일부로 명시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투명성은 있다.

미국처럼 판결문엔 없는데 교정기관 규정으로 사실상 강제하는 구조보다는 오히려 더 명확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