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에 살다 보면 여름 햇빛이 강하고 여름 내내 몇 달 동안 비 한 방울 안 내리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죠.

그런데 그렇게 끝도 없이 이어지던 여름이 지나고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도시 전체 교통사고가 급증한다고 합니다.

엘에이에서 비 오는 날 교통사고가 많아지는 이유, 바로 이 "첫 비"가 만든 미끄러운 도로 때문입니다.

엘에이는 1년 중 절반 이상이 건기라서 도로 위에 오랜 시간 동안 각종 오염물질이 쌓여 있습니다.

동차 타이어에서 나온 고무 가루, 브레이크 패드의 금속가루, 엔진오일이나 냉각수 같은 유류 찌꺼기, 그리고 공기 중의 먼지와 배기가스가 도로 표면에 달라붙어 있죠.

햇빛이 강한 날에는 이런 것들이 마치 얇은 필름처럼 아스팔트 위에 눌러붙습니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표면은 이미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상태가 되어 있는 거예요.

그리고 몇 달 만에 찾아온 첫 비가 그 위로 내리면 미세한 기름층을 만들어버립니다.

특히 엘에이는 도시 구조상 비가 오면 물이 고이기 쉬운 구간이 많습니다. 오래된 도로 포장이나 낮은 언덕길, 교차로 같은 곳에서는 물이 고이면서 유막이 더 두껍게 퍼집니다.

운전자는 평소처럼 제동을 걸었는데 차가 그대로 미끄러져 버리거나, 코너를 돌 때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타이어 접지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거죠. 이런 현상은 비가 막 오기 시작한 첫 15분 정도가 가장 위험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비가 세게 내리면 기름기와 먼지가 함께 씻겨 내려가면서 도로가 조금은 안전해집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엘에이 운전문화 자체에도 있습니다. 워낙 날씨가 좋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 오는 날 운전에 익숙하지 않아요. 갑자기 비가 내리면 평소보다 시야가 좁아지고 브레이크 반응도 달라지는데, 그걸 몸이 기억하지 못하죠.

그래서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달리거나, 차간 거리를 줄이지 않고 평소처럼 운전하다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엘에이는 도로가 넓고 직선 구간이 많아서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방심이 생기기 쉬운데, 첫 비에는 그게 가장 위험한 생각입니다.

비가 내릴 때 도로를 자세히 보면, 차선이 있는 흰색 페인트 부분이 유난히 반짝입니다. 이곳이 특히 미끄러운 이유는 페인트 속에 포함된 미세한 플라스틱 성분이 물에 닿으면 마찰력을 거의 잃기 때문이에요.

또 도로의 금속 배수구, 맨홀 뚜껑, 철제 커버 같은 부분도 마찬가지로 매우 미끄럽습니다. 그래서 첫 비가 내릴 때는 차선을 밟지 않도록 주행 라인을 유지하고, 급가속이나 급정지를 피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엘에이시에서는 매년 첫 비가 내린 날 교통사고 건수가 평소보다 두세 배 이상 늘어납니다.

결국 엘에이에서 비 오는 날 도로가 미끄러운 이유는 단순히 비 때문이 아니라, "긴 건기 동안 쌓인 도시의 먼지와 기름"이 한꺼번에 녹아내리기 때문입니다.

 엘에이의 첫 비는 낭만적이지만, 동시에 도시가 숨겨둔 위험을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하죠. 하늘이 깨끗이 씻겨 내려가듯 도로도 깨끗해질 때까지, 그 시간만큼은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게 현명한 자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