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1985년 의정부에서 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이 참 아련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머니 속에 고이 쥐고 있던 50원짜리 동전 하나로 하루의 작은 행복을 살 수 있었으니 그게 바로 크라운 산도였다. 노란 봉지 안에 동그란 비스킷 두 개가 들어있었고, 하나를 꺼내 물면 퍼석퍼석한 과자 속에서 달콤한 딸기 크림이 입안을 채워주던 그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 50원은 작은돈이 아니었지만 산도는 충분히 값어치를 해주었다. 친구들과 골목길에 앉아 한 봉지를 나눠 먹기도 했는데, 그때의 웃음소리와 과자 부서지는 소리가 아직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

'산도'라는 이름도 재미있다. 사실 샌드위치 비스킷의 '샌드'에서 유래했는데, 일본식 발음을 따서 '산도'로 굳어진 거라고 한다.

1990년대 초반 잠시 '크라운 샌드'로 이름을 바꾸고 탤런트 임현식 씨가 광고에 나오기도 했는데, 오히려 인기가 줄어버려 다시 '산도'로 돌아왔다. 어찌 보면 소비자들이 이미 익숙해진 정겨운 이름을 괜히 건드린 셈이었다. 나 역시 그때도 '산도'라는 이름이 훨씬 맛있게 들린다고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네모난 모양이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산도는 동글동글한 원형 비스킷이었다.

크림도 딸기, 초코바닐라, 크림치즈, 스윗밀크 등 다양했는데, 결국 손이 제일 많이 가던 건 딸기맛이었다. 가끔 녹차 맛이나 홍삼 맛 같은 변종(?)도 나왔지만, 그런 건 호기심에 한두 번 먹어보고 다시 딸기로 돌아오곤 했다. 아이들 입맛에 제일 잘 맞았던 건 역시 달달한 딸기 크림이었다.

산도는 정말 '국민 과자'였다. 전국 어디를 가든 산도 봉지 하나쯤은 보였고, 제사상에조차 올랐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길가에는 봉지 껍데기가 여기저기 굴러다녔고, 심지어 버스 안에서 몰래 꺼내 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과자의 퍼석함은 자칫 밍밍할 수 있었는데, 중간에 샌드된 크림이 달콤하게 그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오레오처럼 단단하지 않고 더 부드럽게 씹히는 게 산도의 매력이었다.

먹는 방법도 제각각이었다. 그냥 한입에 덥석 베어 먹는 아이도 있었고, 오레오처럼 두 조각을 분리해 크림만 핥아먹는 아이도 있었다. 나도 가끔 과자를 조심스럽게 떼어내서 한쪽으로 크림을 긁어 모아 먹곤 했는데, 이상하게 그게 더 특별한 맛이 났다. 전유성이 광고에서 "옛날엔 이렇게 먹었지" 하며 과자를 분리해 크림을 핥던 장면도 아직 기억난다.

지금은 과자가 넘쳐나고, 새로운 과자들이 매번 눈길을 끈다. 하지만 어린 시절 골목길 슈퍼마켓에서 50원 주고 사 먹던 산도만큼 마음을 채워주는 과자는 드물다.

인생에서 가장 단순했던 시절, 산도의 달콤한 크림과 퍼석한 과자가 하루의 피곤을 잊게 해주던 그 맛이 아직도 내 추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내 입안에 남은 산도의 기억은 여전히 어릴 적 그날 오후처럼 생생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