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 질 무렵 오스틴 다운타운 콩그레스 애비뉴 다리 위에 서 있으면 좀 묘한 풍경을 보게 돼요.
수백 명이 난간에 기대서 다리 아래 강물만 내려다보고 있거든요. 관광객, 조깅하다 멈춘 동네 사람, 유모차 끄는 가족까지 다들 뭘 기다리는지 처음엔 감이 안 와요.
그러다 누가 "There they go!" 하고 외치면 다리 밑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게 줄줄이 피어올라요. 그게 전부 박쥐예요.
이 다리 밑에 사는 멕시코꼬리박쥐는 매년 여름 75만에서 150만 마리로 추산돼요. Bat Conservation International이 내놓는 숫자예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형 박쥐 군집이라는 말이 붙어 있어요. 숫자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0을 하나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박쥐들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건 아니에요. 오히려 도시가 없애버리려고 했던 골칫거리였죠.
사연은 다리 공사에서 시작돼요. 1980년 무렵 시가 이 다리를 다시 지었는데, 상판 아래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 좁고 깊은 틈이 생겼어요.
사람 눈엔 그냥 이음새였지만 박쥐한테는 딱 맞는 집이었어요. 따뜻하고 좁고, 천적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였거든요.
공사한 엔지니어들도 이런 결과는 전혀 예상 못 했다고 해요. 의도치 않게 세계 최대급 박쥐 아파트를 지어버린 거죠.
박쥐가 몰려들자 주민들은 기겁했어요. 광견병 옮긴다는 소문이 돌았고, 박쥐를 없애 달라는 청원까지 나왔다고 해요.
당시 지역 신문에도 박쥐가 도시를 습격한다는 식의 무서운 제목이 실렸어요. 지금 보면 웃기지만 그땐 진지했겠죠.
여기서 등장하는 사람이 박쥐 생태학자 멀린 터틀이에요. 그는 1986년에 자기가 만든 보호단체 BCI를 밀워키에서 오스틴으로 옮겨 와요.
본인 회고로는 박쥐 얘기로 이렇게 시끄러운 도시라면 교육 캠페인 본부로 딱이라고 판단했대요. 발상이 참 대담하죠.
그가 한 일은 단순했어요. 박쥐는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만지지만 않으면 걱정할 일이 거의 없다고 시의회와 주민들 앞에서 계속 설명하고 다녔어요.
그리고 이 박쥐들이 밤마다 엄청난 양의 벌레를 먹어 치운다는 사실을 알렸어요. 농가와 도시 입장에서는 공짜 해충 방제팀인 셈이었죠.
반응이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에요. 텍사스 먼슬리는 1986년에 그에게 Bum Steer Award를 줬어요. 한 해의 황당한 인물에게 주는 풍자상이에요.
그래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여론이 뒤집혔어요. 시는 박쥐를 쫓아내는 대신 지켜보기로 했죠.
지금은 매년 10만 명 넘는 사람이 이 박쥐를 보러 온다고 BCI는 말해요. 다리 옆엔 박쥐 관람 구역이 있고 강에는 박쥐 크루즈가 떠요.
BCI는 이 박쥐 관광이 해마다 1000만 달러의 수입을 만든다고 추산해요. 다른 자료엔 이보다 낮은 숫자도 있어서 정확한 값은 보는 기준마다 달라요.
2006년에는 다리 이름도 바뀌었어요. 그해 세상을 떠난 전 텍사스 주지사 앤 리처즈의 이름을 따서 Ann W. Richards Congress Avenue Bridge가 됐어요.
오스틴 사람들은 아예 자기 동네를 Bat City라고 불러요. 한때 박멸 대상이던 동물이 도시 별명이 된 거예요.
저는 이 이야기에서 제일 좋은 대목이 바로 여기라고 봐요. 무서워서 없애려던 걸 알고 나니까 자랑이 됐다는 거요.
우리가 낯선 존재를 대하는 방식도 비슷하지 않나요. 모르면 위협이고, 알면 이웃이 되잖아요.
이민자로 살다 보면 이 박쥐들 처지가 남 일 같지 않을 때가 있어요. 처음엔 경계받다가 시간이 지나 동네의 일부가 되는 과정이 묘하게 겹쳐 보이거든요.
공존이 말처럼 쉽진 않지만, 과학자 한 명의 끈질긴 설명이 도시 정책을 바꿨다는 건 꽤 희망적이에요. 환경 문제도 결국 이렇게 정확한 정보와 설득에서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혹시 보러 가실 분들께 팁을 드리면, 박쥐는 해 질 무렵 다리 밑에서 나와요. 날씨에 따라 해 지기 전에 나올 때도 있고 해가 진 뒤에 나올 때도 있어서 일찍 가서 자리를 잡는 게 좋아요.
비가 오거나 날이 궂으면 안 나오는 날도 있어요. 한참 기다렸는데 허탕 치면 서운하니까 날씨부터 꼭 확인하고 가세요.
이 박쥐들은 대부분 암컷이고, 날이 추워지면 멕시코 쪽으로 내려가요. 10월 중순인 지금은 시즌 막바지라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박쥐를 손으로 만지는 건 절대 안 돼요. 땅에 떨어진 박쥐가 있으면 직접 줍지 말고 관리 기관에 알리면 돼요.
저라면 다리 위보다 강변 잔디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보겠어요. 하늘로 길게 이어지는 박쥐 띠가 훨씬 잘 보이거든요.
다리 위는 바로 아래로 쏟아져 나오는 소리와 냄새까지 느낄 수 있어서 그건 또 그거대로 재미있어요. 아이들이 있다면 한 번은 위에서, 한 번은 아래에서 보는 것도 추천해요.
골칫거리를 명물로 바꾼 건 결국 박쥐가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었어요. 그 다리 위에 서 보면 그게 몸으로 느껴져요.

무지개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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