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미국 텍사스 달라스에 살고 있다.
한국 나이로 마흔여덟. 한국 인서울 대학을 졸업하고 이민와서 이민 온 지는 꽤 됐고, 달라스 부동산 업계에서만 14년째다.
나름 자리도 잡았고, 애도 잘 자라고 있고, 아내도 미국 회사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으니, 남들이 보기엔 "저 사람 참 미국 생활 잘 정착했네" 싶을 거다.
맞다. 나는 달라스에서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솔직히 요즘 들어 더 많이 느낀다. 내 키는 175cm, 체중은 85kg. 숫자만 보면 아주 심각한 비만은 아니지만, 이게 문제다. 내가 알고 있다. 내 배가 문제라는 걸. 그냥 볼록한 수준이 아니다. 허리띠 위로 불쑥 솟아 있는 그 지방 덩어리. 앉으면 셔츠가 말려 올라가고, 사진 찍을 땐 무조건 배 집어넣고 찍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단지 보기 싫은 수준이 아니다. 남자라면 공감할 거다. 정력. 기운. 활력. 이게 점점 떨어진다. 한때는 하루종일 뛰어다녀도 저녁엔 거뜬했는데, 요즘은 오후만 되어도 힘이 쭉 빠진다. 그리고 밤엔... 글쎄. 나도 민망하지만, 아내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
한때는 농담도 하고, 가끔 손잡고 산책도 나갔는데, 요즘은 그런 여유가 사라졌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아내도 피곤하고 바쁘니까. 하지만 속마음으론 안다. 내 자신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특히 얼마 전에 본 건강 다큐멘터리가 결정타였다. 뱃살, 특히 복부 비만이 남성호르몬을 줄인다는 거다.
말 그대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지면 정력이 약해지고, 근육도 줄고, 삶의 활력이 줄고 일상생활에서 기분도 가라앉는다더라. 그걸 보고 한동안 충격받아 식단도 바꿔보고, 아침에 걷기도 했지만… 작심삼일...
나는 먹는 걸 참 좋아한다. 특히 고기. 텍사스엔 BBQ 맛집이 얼마나 많은가. 지인들과 저녁 약속이라도 생기면 무조건 과식이다. 먹고 나서 후회하는데도 또 먹는다. 그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안다. 이게 단순히 외모 문제나 살쪘다는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걸. 내 자신감, 부부관계, 심지어 내 미래 건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아들도 고등학교 프래쉬맨이다. 슬슬 나를 남자 대 남자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나는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냥 돈 잘 버는 아빠? 매일 피곤해 보이고 배만 나와 있는 아빠? 아니면 건강하고 당당하고, 가족을 챙길 여유도 있는 아빠?
변화는 어렵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걷기부터 시작하고, 저녁은 조금 덜 먹고, 술자리도 줄이고, 아내와 대화도 다시 해보려고 한다.
내가 이 글을 블로그에 쓰는 이유는, 나처럼 ‘겉으론 멀쩡한데 속으론 불안한’ 중년 남자들이 꽤 많을 것 같아서다. 누군가는 “형님만 그런 거 아니에요” 해줄지 모르니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약속하는 거다. 다시 나를 챙겨보겠다고. 단순히 몸무게 줄이는 게 아니라, 남자로서의 에너지, 자신감을 되찾겠다고.
당신도 혹시 같은 고민 중이라면, 우리 함께 다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