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 3월 6일, 누적 관객 1,000만을 넘겼다.

2024년 범죄도시4 이후 약 22개월 만에 나온 천만 영화라고 떠들석하다.

그 사이 한국 영화 산업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업계 사람들이 더 잘 알 거다. OTT 공세, 관객 감소 뉴스만 나왔으니까.

역대 34번째 천만 영화. 한국 영화로는 25번째다.

사극 장르로는 〈명량〉,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에 이어 딱 4번째다.

이 네 편이 공유하는 공통점이 뭔지 잠깐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전부 역사 속 인간에 집중한 영화들이다.

CGV 골든에그지수 97%, 네이버 평점 8.94. 이건 진짜 관객이 좋아한다는 뜻이다. 마케팅으로 만들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단종. 조선 제6대 왕. 영월 청령포 유배지에서의 마지막 4개월.

보통 사극이라면 권력 투쟁, 반전 플롯, 액션 시퀀스로 채웠을 소재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달랐다. 촌장 엄흥도(유해진)와 어린 왕(박지훈) 사이의 우정을 중심에 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처음 이 기획을 들었을 때 "이게 팔리겠어?"라는 의심을 했다.

요즘 관객, 특히 젊은 층이 느린 사극에 앉아 있겠냐고. 근데 내 예측이 틀렸다.

왜 틀렸을까? 피로감 때문이다.

과잉 자극의 피로감. 유튜브, 릴스, 틱톡에 지친 관객들이 오히려 느리고 따뜻한 이야기에 굶주려 있었던 거다. 이건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인다. 스트리밍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역설적으로 "그냥 좋은 영화 한 편"의 가치가 올라간다.

장항준 감독은 오랫동안 "재능 있지만 흥행과 거리가 있는 감독"으로 여겨졌다. 이번에 그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었다.

내가 주목하는 건 이 영화의 마케팅 전략이다. 거창한 스펙터클을 내세우지 않았다.

"따뜻한 우정 이야기"라는 단순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밀었다.

요즘 콘텐츠 마케팅이 너무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기본으로 돌아갔다.

배급사 쇼박스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는 성과다. 22개월의 공백 끝에 나온 천만은 단순한 수익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 관객은 여전히 극장에 온다"는 증명이다.

OTT가 극장을 죽인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극장 경험 자체가 특별한 거고 그 경험을 줄 수 있는 콘텐츠라면 관객은 여전히 돈을 낸다. 그래서 내 생각은과 왕과 사는 남자 성공은 한국 영화 산업에 중요한 포인트다.

스펙터클이 아니라 스토리, 화려함이 아니라 진정성이 통한다는 것. 그리고 관객은 여전히 "좋은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주말 관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니, 최종 스코어가 어디까지 갈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