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고등학교 시절 문과를 다니고 대학에서 문과 전공이면 자연로그의 밑이라는 오일러의 수 e를 공부하지 않고 졸업했을 가능성이 있다. 뭐 요즘은 문과라도 경제쪽 전공했다면 계량경제학, 성장모형에서 자연로그와 지수함수를 필수로 접하게 되어 오일러의 수 e를 배운다고는 들었다.
오일러의 수 e를 설명하자면 변화의 속도를 가장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는 기준값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먼저 숫자부터 보면 e는 2.71828...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소수인데 중요한 건 왜 이런 무한소수가 생겼느냐이다.
예를 들어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1년에 한 번 이자를 받는다고 하면 1년에 이자가 한 번만 더해지지만, 1년에 두 번 붙이면 조금 더 늘고, 네 번 붙이면 또 조금 더 늘어난다.
그렇다면 이자를 하루마다, 아니 거의 매 순간마다 붙이면 어떻게 될까. 계산을 해 보면 (1 + 1/x)을 x번 곱하는 형태가 되는데, x를 계속 크게 만들수록 값이 어느 한 숫자 근처로 다가가고 더 이상 크게 늘지 않는다. 그때 나타나는 숫자가 바로 e다.
즉 e는 무한히 자주 조금씩 증가시켰을 때 도달하는 최대치 같은 값이다. 이 성질 때문에 e는 성장, 감소, 변화 같은 현상을 설명할 때 딱 맞는다. 세균이 번식하는 속도, 뜨거운 물이 식는 과정, 사람 수가 늘어나는 패턴 같은 것들은 한 번에 툭 늘어나는 게 아니라 계속 조금씩 변한다. 이런 연속적인 변화는 e를 밑으로 한 지수함수로 가장 깔끔하게 표현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e를 밑으로 한 함수는 미분을 해도 모양이 그대로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변화의 속도를 구해도 다시 자기 자신이 나온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e를 가장 자연스러운 성장의 기준이라고 부른다. 자연로그의 밑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로그는 지수의 반대 개념인데, e를 기준으로 하면 계산이 놀라울 정도로 단순해진다. 결국 오일러의 수는 괴상한 숫자가 아니라, 세상이 변하는 방식을 가장 편하게 설명해 주는 약속 같은 숫자다. 숫자 하나가 이렇게 많은 현상을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e는 공식보다 이야기에 가까운 수라고 볼 수 있다.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e를 두고 자연 상수라는 말이 꽤 자연스럽게 쓰이지만 (검색해보면 아직도 많이 나온다) '자연 상수'는 공식적인 수학 용어가 아니다. 대한수학회처럼 국내에서 수학 용어를 정리하고 채택하는 곳에서도 e는 분명하게 자연로그의 밑으로 등재되어 있고,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주요 백과사전 어디를 뒤져봐도 자연 상수라는 항목은 나오지 않는다.
한국어에 마땅한 번역어가 없으면 영어권이나 유럽 쪽 용어를 그대로 들여오거나 일본을 경유해 정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표현은 그런 경로조차 불분명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영어권에서 natural constant라는 말 자체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어로 natural constant라고 하면 수학 상수가 아니라 물리에서 말하는 자연 상수, 예를 들면 광속이나 플랑크 상수 같은 것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수학에서 e를 지칭할 때는 대부분 그냥 the number e라고 하거나, 아예 오일러의 수라는 이름을 붙여 Euler's number라고 부른다. 일본, 중국, 유럽권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에서도 自然定数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오이러 수, 중국에서도 欧拉数처럼 오일러 이름을 붙여 구분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오일러의 이름이 붙은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헷갈리는 오일러 상수는 Euler's constant라고 따로 부르고, 오일러 수열, 오일러 수, 오일러 다항식도 각각 다른 이름으로 명확히 구분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유독 자연 상수라는 애매한 표현이 퍼진거 같은데 이 용어가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건 그렇고... 좀 더 학문적으로 오일러의 수 이야기를 해보자면 자연로그의 밑 e와 원주율 π는 서로 전혀 다른 곳에서 등장하지만 성격은 둘 다 초월수이다 보니까 묘하게 닮아 있다.
π는 원이라는 아주 단순한 도형에서 시작해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로 정의된다. 반면 e는 돈에 이자가 붙거나 어떤 양이 계속 변하는 과정처럼 시간과 변화 속에서 나타난다.
하나는 공간의 비율에서 나오고 다른 하나는 변화의 누적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출발점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둘 다 계산을 계속 파고들수록 끝없이 이어지는 소수가 되고 어떤 분수로도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무리수가 된다.
또 π가 원을 가장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기준인 것처럼, e는 성장과 감소를 가장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기준이다. 그래서 두 수는 분야는 다르지만 자연의 기본 구조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비슷한 위치에 놓인다.
실제로 수학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면 인간이 만든 규칙이라기보다 원래 존재하던 것들을 발견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핵심적인 수학의 개념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1이다. 존재와 기준의 시작점이고, 모든 수의 출발이다.
둘째는 0이다. 아무것도 없음을 숫자로 표현한 혁명적인 개념으로 계산과 논리를 완전히 바꿨다.
셋째는 원주율이다. 원이라는 가장 단순한 형태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비율이 튀어나온다는 점에서 공간의 본질을 드러낸다.
넷째는 오일러 수 e다. 끊임없이 변하고 성장하는 세상의 속도를 가장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숫자다.
이 네 가지는 공식보다 개념에 가깝고, 인간이 만들었다기보다 신이 만들어 놓은것을 우리가 발견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한다.


독수리오년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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