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로리다에서 산다는 건 늘 햇살과 함께 살아가지만 동시에 '허리케인'이라는 단어와 떨어질 수 없는 삶이기도 해요.
여름이 시작되는 6월쯤이면 뉴스에서 슬슬 '올해 허리케인 시즌 전망'이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하죠. 처음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다가, 실제로 플로리다에 살다 보면 이게 단순한 날씨 뉴스가 아니라 '생활 정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플로리다의 허리케인 시즌은 보통 6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데, 그중에서도 8월과 9월이 가장 긴장되는 시기예요. 이때는 하늘이 평소보다 더 무겁게 보이고, 습도가 잔뜩 올라서 공기마저 눅눅해요.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사람들 눈빛이 달라집니다. "이번엔 어느 쪽으로 온다더라"는 대화가 이웃 간의 인사처럼 오가죠.
허리케인이 온다고 하면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슈퍼마켓에는 생수, 건전지, 통조림, 손전등 같은 비상용품이 순식간에 동나고, 주유소에는 긴 줄이 늘어서요. 처음 플로리다로 이사 왔을 때는 사람들이 너무 과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직접 겪어보면 그 이유를 알게 돼요. 전기가 며칠씩 끊기고, 냉장고 음식이 다 상해버리고,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 도로를 지나야 할 때 그 불편함은 상상 이상이에요. 그래서 플로리다 사람들에게 '허리케인 준비'는 일종의 생활 루틴이에요. 비상 가방, 손전등, 휴대용 충전기, 물통, 그리고 발전기까지 다들 기본으로 갖춰 두죠.
하지만 무서운 순간만 있는 건 아니에요.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난 뒤, 그 고요한 하늘을 보면 정말 묘한 감정이 들어요. 마치 세상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숨을 쉬는 느낌이에요. 거리에 쓰러진 야자수와 부러진 간판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서로 돕기 시작합니다. 옆집 전기가 먼저 들어오면 "우리 콘센트 좀 써도 되냐?" 하고 웃으며 말을 걸고, 발전기가 있는 집은 냉장고 전원을 이웃에게 나눠주기도 해요. 그런 따뜻한 순간들이 허리케인 이후의 풍경을 덜 무섭게 만듭니다.
또 재미있는 건, 플로리다 사람들은 허리케인 이름을 다 기억한다는 거예요. "2017년 어마 때 어땠는지 기억나?" 하면 다들 그해 이야기를 꺼내죠. 어떤 해에는 하룻밤에 지붕이 날아가고, 또 어떤 해에는 그냥 비만 세게 왔다가 끝나기도 했어요. 그만큼 허리케인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동시에 플로리다 사람들의 '추억의 일부'가 되기도 해요. 아이들은 학교가 휴교가 되면 "허리케인 파티"라며 친구들과 모여 놀고, 어른들은 창문에 합판을 대면서도 농담을 주고받아요. 그 여유로움 속에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마음이 깔려 있는 거죠.
물론 피해가 심할 때도 많아요. 해안가의 주택들은 홍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보험료가 꽤 비싸고, 피해 복구에도 시간이 오래 걸려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감수하면서도 바다 곁에서의 삶을 선택합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플로리다의 아름다움은 허리케인조차 막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맑은 하늘, 따뜻한 겨울, 끝없이 펼쳐진 해변의 매력이 그 모든 위험을 이길 만큼 강하니까요.
결국 플로리다에서 허리케인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삶의 리듬 중 하나예요. 매년 돌아오는 계절처럼 대비하고, 견디고, 회복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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