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잭슨빌(Jacksonville)'이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를 여러 번 만나게 됩니다.

플로리다에 있는 대도시 잭슨빌이 가장 유명하지만 사실 미국에는 일리노이, 노스캐롤라이나, 알칸사스, 텍사스, 앨라배마, 조지아 등 여러 주에 '잭슨빌'이라는 이름의 마을이나 도시가 존재합니다. 왜 이렇게 같은 이름이 많은 걸까 알고 보면 미국 역사가 담긴 사연이 있는 이름이기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이라는 미국의 7번째 대통령이자, 19세기 초 미국 남부와 서부 확장 시대의 상징 같은 인물이었죠. 1812년 전쟁 당시 군사 영웅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보통 사람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1800년대 중반, 미국 각지에서 새로운 마을이 생겨날 때마다 '잭슨빌'이라는 이름이 유행처럼 붙여졌던 겁니다. 즉, "잭슨의 마을(Jackson's ville)"이라는 뜻이에요. 그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나 전쟁 영웅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짓는 게 일종의 애국적인 행동으로 여겨졌습니다. 워싱턴(Washington)이나 제퍼슨(Jefferson), 매디슨(Madison) 같은 도시 이름이 많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특히 남부 지역에서는 잭슨 대통령의 인기가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는 남부 출신 대통령으로서 '평민의 영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귀족 정치에 맞서 싸운 사람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당시 미국은 서부 개척이 활발하던 시기였는데, 새롭게 정착지를 세우던 사람들은 '강하고 독립적인 미국'을 상징하는 이름을 선호했습니다. 잭슨은 바로 그런 상징적인 인물이었죠. 그래서 플로리다, 앨라배마,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처럼 남부 주 대부분에 잭슨빌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하나씩 생겨났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름 짓기의 단순함'이었습니다. 개척 시대에는 도시 이름을 정할 때 행정적인 절차가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어요. 지도를 펴놓고 "이곳은 잭슨의 마을로 하자" 하면 그대로 공식 명칭이 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여러 주에서 비슷한 이름이 중복되어 등록된 것이죠. 지금처럼 전국 데이터베이스가 없던 시대라, 이름이 겹쳐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던 겁니다. 게다가 '잭슨빌'이라는 이름은 발음이 쉽고, 누구나 기억하기 쉬워서 더 널리 퍼졌습니다.

물론, 그 모든 잭슨빌이 대통령의 이름만을 딴 건 아닙니다. 어떤 곳은 지역의 초기 개척자나 군인, 목사 이름이 잭슨이어서 그렇게 지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주의 잭슨빌은 1825년에 설립되었는데, 앤드루 잭슨의 명성에 영향을 받았다는 설과 동시에 지역 지도자였던 잭슨 판사를 기리기 위해 붙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각 지역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죠.

흥미로운 건, 이런 이름 중복이 미국인들에게는 오히려 낯설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워낙 넓고, 도시가 생겨난 시기가 비슷하다 보니 같은 이름을 가진 곳이 전국적으로 수십 개씩 있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예를 들어, 스프링필드(Springfield), 매디슨(Madison), 세일럼(Salem) 같은 이름도 전국에 수십 개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잭슨빌'도 그중 하나로, 미국의 역사와 정착 문화를 상징하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플로리다 잭슨빌은 규모 면에서 가장 크고, 미국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잭슨빌'이 되었지만, 그 이름의 뿌리는 결국 미국 개척 시대 사람들의 자부심과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존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어쩌면 같은 이름의 도시가 여러 곳에 존재한다는 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다양한 지역과 역사를 품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