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탐파에서 약사로 일하다 보니 하루 대부분은 약국 안에서 환자들과 약만 바라보며 보냅니다.

그런데 시간이 날 때마다 관심이 가는 게 바로 악어 이야기입니다.

플로리다 하면 디즈니월드, 해변, 오렌지, 야자수 같은 게 먼저 떠오르지만 여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악어입니다.

TV 다큐에서만 보던 동물이 바로 제 생활 반경 안에 존재한다는 게 꽤 신기하고 조금은 무섭기도 했습니다.

플로리다 주에는 약 130만 마리 이상의 아메리카 앨리게이터가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탐파만 해도 집 근처 호수나 연못을 잘 보면 큰 녀석들이 한두 마리씩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이곳에 와서 산책하다가 길가 호수에 잠긴 눈 두 개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악어는 보통 사람을 피해 다니는 편이에요.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사람들이 먹이를 주거나, 악어가 사는 곳을 모르고 가까이 갔을 때입니다. 플로리다 야생동물위원회 자료를 보면, 1948년부터 지금까지 400건 이상의 악어 공격 사고가 있었고, 그중 3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매년 평균 8~10건 정도 부상 사고가 보고되는데, 대부분은 호수나 늪지 근처에서 낚시하거나 수영하다가 발생합니다.

제가 사는 탐파에서도 몇 년 전 뉴스에 크게 나온 사건이 있었어요. 어느 여성이 애완견을 데리고 호숫가 산책을 하다 애완견을 공격하려던 악어에 함께 물려 들어가면서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은 사건이었죠. 이런 사고가 간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플로리다에선 "호숫가 근처에서는 절대 방심하지 말라"는 말이 생활 지침처럼 퍼져 있습니다.

악어가 워낙 많다 보니 플로리다 전역에 다 퍼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모든 곳에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 키웨스트 일부 지역이나, 바닷물의 염도가 높은 곳에서는 일반적인 아메리카 앨리게이터는 거의 살지 못합니다. 앨리게이터는 기본적으로 민물 동물이기 때문에 강, 호수, 늪 같은 곳에서만 서식합니다. 반대로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같은 곳에 가면 악어가 정말 흔해요. 차를 타고 지나가다 도랑을 보면 대여섯 마리가 줄줄이 누워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즉, 대도시 안쪽에 있는 인공 호수나 연못에도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탁 트인 바닷가 해변에서는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플로리다 사람들이 해변에서 수영은 마음 놓고 하지만, 호수 수영은 웬만하면 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데, 우리가 플로리다에서 흔히 보는 건 아메리카 앨리게이터(American Alligator)입니다. 얘네는 기본적으로 민물에서만 살아요. 그런데 플로리다 남부와 카리브해 일대에는 아메리카 크로커다일(American Crocodile)이라는 종도 살고 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바다 악어'에 가까운 녀석이에요.

아메리카 크로커다일은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 지역, 즉 강 어귀나 해안가 맹그로브 숲에서 발견됩니다. 플로리다 안에서도 특히 남쪽, 키 라르고나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남단 같은 곳에서 목격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체 수가 많지 않아서 흔히 보기는 어렵습니다.

크로커다일은 앨리게이터보다 길고 날씬하며, 주둥이가 뾰족해서 구별이 돼요. 공격성은 앨리게이터보다 더 높은 편이지만, 플로리다에서는 워낙 희귀해서 실제 사고는 거의 보고되지 않습니다.

탐파에 살다 보니 처음에는 무섭기만 했던 악어가 이제는 묘하게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이건 플로리다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구나" 싶어요. 물론 조심해야 할 점은 분명합니다. 호숫가에서는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 하고, 애완견은 항상 짧은 줄에 묶어야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서워할 필요만은 없어요. 악어는 그저 자기 영역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니까요.

악어가 없는 곳을 일부러 찾아갈 수도 있고, 또 보고 싶으면 에버글레이즈 같은 곳에 가서 안전하게 관찰할 수도 있어요. 저는 약사라는 직업상 매일 사람 몸을 챙기지만, 가끔은 이렇게 자연 속에서 플로리다만의 독특한 동물들을 관찰하는 게 또 다른 힐링이 됩니다.

플로리다의 악어 이야기는 단순히 "무섭다"라는 감정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아요.

사고가 종종 나기는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이곳에서 얼마나 자연과 가깝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거든요. 탐파 같은 도심에서도 악어는 여전히 존재하고,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크로커다일까지 만날 수 있는 곳. 바닷가에는 없지만 호수와 늪에는 흔하게 사는 동물. 이게 바로 플로리다의 진짜 매력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