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해튼 금융회사 빌딩에서 일하다 보면 별별 신입사원들을 다 본다.새벽같이 양복 입고 나와서 밤 10시에 시들시들해진 얼굴로 퇴근하는 애널리스트들, 서류 더미에 파묻혀 케이스 준비작업하다가 로펌 빌딩 불 꺼질 때 같이 나가는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 그리고 다운타운 공유오피스에서 에너지 드링크 빨면서 새벽까지 코딩 치는 개발자들.
이런 부류 셋 다 공통점은 있다. "하루 12시간 일하면서 자기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중"이라고 믿고 있다는 거다. 문제는, 정작 이들을 부리는 시스템 입장에선 티도 안 난다는 거고.
먼저 신입 변호사. 특히 빅로펌 1~3년 차 애들 보면, 인생을 그냥 민사소송과 Due Diligence에 통째로 저당 잡힌 상태다. 낮에는 회의, 전화, 클라이언트 미팅 따라다니고, 밤에는 계약서 리서치, 판례 찾기, 문장 하나 잘못 들어가면 파트너한테 메일로 혼나는 삶. 일은 "지적 노동"이라 폼은 나는데 실상은 남이 시킨 문서 작업의 강도높은 반복 노동이다.
그다음은 우리 금융회사 신입 애널리스트. 뉴욕 맨해튼에서 진짜 오래 버티는 애들은 근성하나는 인정해야 한다. 이쪽은 몸으로 힘든 게 아니라 정신건강이 흔들리기 일쑤이다. 아침 8시 브리핑 준비해서 VP 앞에서 눈치 보며 프레젠테이션하고, 낮에는 클라이언트 콜, 시장 리포트, 모델 수정하고... 애널리스트는 "내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포장 속에서 사실상 슬라이드 노예로 사는 거다. 그래도 이런 애들이 있어야 M&A 딜도 돌아가고, 채권 발행도 굴러가고, 연금 펀드도 수익률 챙긴다.
IT 회사나 부서에서 일하는 신입 프로그래머는 또 다르게 고통스럽다. 얘들은 기본적으로 "이건 창작이야, 내 코드엔 철학이 있어" 이런 자존심이 있거든. 그런데 회사는 그런 거 안 본다. "버그 없냐, 속도 나오냐, 롤백 없냐" 이것만 본다. 그 결과, 하루 12시간 모니터와 눈싸움하면서 결국 하는 일은 "왜 어제 되던 게 오늘 안 되지?"를 무한 반복하는 거다. 특히 핀테크, 트레이딩 시스템, 결제 회사 같은 데서는 개발자야말로 실질적인 업무시스템의 엔진이다.
그럼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누가 더 힘든 일을 하면서 살고 있나. 냉정하게 말하면, 셋 다 "갈려나가는 위치"라는 점에서는 동급이다. 단지 고통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신입 변호사는 시간당 단가가 높고 체면은 살아 있지만 삶의 주도권이 없다. 신입 애널리스트는 숫자와 보고서에 치여 살면서도 "금융 중심에서 움직인다"는 자존심으로 버틴다. 신입 프로그래머는 실질적인 시스템을 만들면서도, 이상하게도 회사 내에서 의사결정권은 제일 적은 경우가 많다.
이 나라를 돌리는 건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건 수많은 '12 시간 노동자들'의 체력과 정신력이다. 변호사가 계약서로 구조를 만들고, 애널리스트가 돈의 방향을 계산하고, 프로그래머가 그걸 실제로 실행하는 플랫폼을 짠다. 셋 중 하나만 빠져도 딜이 제대로 안 굴러가거나, 규제가 꼬이거나, 시스템이 멈춘다. 그러니까 누가 더 위냐의 문제가 아니라, 다 같이 갈려서 돌리고 있는 거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힘들다"의 체감은 애널리스트가 제일 크다. 왜냐하면 이쪽은 멘탈이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숫자 하나 틀리면 보고서가 바뀌고, 그게 투자 결정으로 이어지면 윗사람 멘탈이 날아간다. 그리고 그 멘탈이 다시 아래 인턴과 애널리스트에게 내려온다. 변호사는 시간이 길고 꼼꼼함이 요구되는데, 상대적으로 '마감'이 구조적으로 잡혀 있다. 개발자는 마감이 아니라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끌어안고 있다. 서버가 멀쩡하면 모두가 개발자를 잊고, 서버가 한번 죽으면 모두가 개발자를 찾는다.
결국 이 글을 쓰는 나 같은 팀장 입장에서 보면, 진짜 중요한 건 "누가 더 힘들게 갈리냐"가 아니라 "누가 그 12시간 노동을 견디면서 자기 인생도 챙기느냐"이다.
회사는 세 사람 모두를 최대한 오래,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한다. 미국 경제가 돌아가는 건 멋진 비전 때문이 아니라, 이런 신입들이 커피로 위 속을 태우면서도 엑셀, 계약서, 코드에 하루를 맞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알면서도 사람 뽑을 때 이렇게 말한다. "배울 거 많고 성장할 기회 많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대신 그 성장에는 다크서클과 허리 통증, 인간관계 피로도가 같이 딸려온다는 건 잘 안 말해줄 뿐이다.
그래서, 누가 더 미국을 돌리고 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하루 12시간 일하는 너희 셋 다. 그리고 그런 너희를 갈아 넣는 우리 팀장들도 조금."
기분 나쁘지만, 이게 맨해튼 현실이다.


하와이순두부
짱구는목말러
소다Queen
미국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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