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운전하면서 스트레스받는 구간을 꼽으라면 101 사우스를 타고 내려가다 10번 이스트, 5번 사우스, 60번 이스트로 갈라지는 그 구간입니다. 이건 뭐 차들이 엉켜서 꼼짝도 못 하고, 내비게이션은 늘 빨간색 입니다.

출근길이든 주말 오후든 "오늘은 좀 안밀릴려나" 하고 들어가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어느 차선이든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틈이 없습니다. LA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구간에서 답답했을거 같네요. 뭐 다른데도 마찬가지 이지만.

특히 10번 이스트에서 5번 사우스로 빠지는 지점은 화물차, 트럭, 출퇴근 차량이 다 몰리고, 옆으로는 60번이 갈라지니 도로 자체가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이 구간이 1960년대에 설계된 구조라 그런지 지금의 교통량을 전혀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도로정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차선을 조금 넓히거나, 출구 표지판을 바꾸는 식의 미봉책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시청과 교통국에서는 늘 "교통 흐름 개선 프로젝트"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지만, 실제로는 나아지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5번은 워낙 오래된 프리웨이라, 조금만 사고가 나도 바로 멈춰 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그냥 로컬로 돌아갈까' 싶지만, 막상 빠져보면 로컬 도로가 더 막힙니다. 신호등마다 줄이 서 있고 교차로마다 차들이 얽혀서 프리웨이보다 더 느립니다.

그래서 매번 후회합니다. "네비게이션이 딴생각 말고 가라고 할때 그냥 프리웨이에 있을 걸."

문제는 LA 프리웨이 주변에 건물, 고가도로, 교량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물리적으로 확장할 공간이 없습니다.

교통정책가들은 늘 "대중교통 확대"나 "스마트 교통 시스템 도입" 같은 멋진 말만 하지만,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예산은 녹아나고 시민은 여전히 길 위에서 시간을 버립니다. 이건 단순한 정체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입니다.

솔직히 이런 현실을 보면 텍사스가 부러워집니다.

특히 달라스나 오스틴 쪽을 보면 프리웨이 옆에 프론티지 로드(Frontage Road) 라는 게 따로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고속도로 옆에 나란히 달리는 예비도로 같은 거예요. 사고가 나면 바로 옆으로 빠져서 평행도로로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가 막혀도 완전히 멈추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출구 찾기도 훨씬 쉽고, 상가나 주유소 접근도 편리합니다.

그런데 LA는 그런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프리웨이에서 한번 막히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출구가 멀리 떨어져 있고, 빠져나가도 로컬 도로는 신호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더 느립니다.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으니, 모두가 한 줄로 서서 답답함을 견디는 수밖에 없습니다.

LA 도로정책은 그야말로 '반세기 전 사고방식'에 갇혀 있습니다.

예산을 들이면 해결된다는 착각, 차선을 늘리면 교통이 뚫린다는 구시대식 논리가 여전히 통용됩니다.

하지만 도시는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101과 10, 5, 60이 엉켜 있는 그 구간은, 단순히 도로가 막힌 게 아니라 정책이 막힌 상징입니다. 교통량은 늘고 인구는 더 늘어나는데 도로는 그대로입니다.

전기차를 타든 하이브리드를 몰든 물류회사 트럭이던... 결국 똑같은 도로 위에서 멈춰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101 사우스를 타고 가다가 내비가 알려주는 ETA는 점점 늘어나고, 라디오는 교통 정체 소식을 반복합니다.

 "차라리 텍사스처럼 프론티지 로드라도 있었으면..." 하지만 LA에선 그게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