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 책상 위에 항상 다 마신 레드불 캔이 2-3개 있었다는 걸 안다.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로 밤새 레이아웃 작업하다가 한 캔, 새벽 3시에 리스폰시브 프레임 따면서 한 캔.

하루 평균 3~4캔은 기본이었고, 많을 때는 5-6캔도 마셨다.

주변에서 "redbull junkie"라고 불렀는데 솔직히 그 별명이 싫지 않았다.

내 나름대로 카페인 내성이 생긴것이 스스로 체력의 증거라고 착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40이 됐다. 그리고 몸이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는 9 to 6가 없다. 클라이언트 피드백이 밤 8시에 오면 그때부터가 업무 시간이다.

거기다 나는 게임을 놓을 수가 없는 인간이다.

일 끝나면 "한 판만" 하겠다는 게 새벽 4시가 되고, 다음 날 미팅은 오전 10시다.

이 사이클을 돌리려면? 레드불이 직빵이었다. 한 캔 까면 30분 안에 집중력이 확 올라온다.

눈이 번쩍 뜨이고, 손이 빨라지고, 코드든 디자인이든 게임이든 퍼포먼스가 체감될 정도로 달라졌다.

적어도 그렇다고 믿었다. 10년 넘게.

작년부터 이상한 증상이 시작됐다. 레드불 두 캔째를 마시면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뛴다.

두근거림이 아니라 "쿵쿵쿵" 하고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 처음엔 무시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하고.

그러다 어느 날 새벽, 게임 중에 갑자기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속이 뒤집히면서 식은땀이 나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새벽 3시에 혼자 모니터 앞에서 "이러다 진짜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카페인 과다 섭취가 심방세동, 빈맥 같은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수두룩하다.

특히 40대 이후로는 심혈관계가 카페인에 훨씬 민감해진다고 한다.

20대 때 6캔 마시고 멀쩡했던 건 젊음이 버텨준 거지, 안전했던 게 아니었다.

끊은 지 약 4개월. 처음 2주는 두통에 졸림에 진짜 지옥이었다.

카페인 withdrawal이 이렇게 쎈지 몰랐다.

하지만 한 달 지나니까 오히려 수면의 질이 올라가면서 낮에 졸리지 않게 됐다.

레드불로 억지로 깨어 있던 게 아니라, 제대로 자니까 자연스럽게 깨어 있게 된 거다.

게임 실력? 솔직히 차이 없다. 오히려 멘탈이 안정돼서 틸트가 줄었다.

일도 마찬가지. 새벽 작업을 줄이고 스케줄을 조정하니까 퀄리티는 오히려 올라갔다.

그래서 내 생각은 레드불이 나쁜 음료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20대, 30대 초반이라면 가끔 한 캔 정도야 상관없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나처럼 하루에 서너 캔씩, 그것도 몇 년째 마시고 있다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라.

40대의 심장은 20대가 아니다.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음료가 당신의 심장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퍼포먼스가 필요하면 잠을 자라. 뻔한 말 같지만, 10년 넘게 레드불에 의존하다 깨달은 사람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