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시 이름 스펠링 가지고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곳 상위권에 늘 등장하는 곳이 바로 Albuquerque입니다.

알버커키라고 읽는 건 다들 알면서도 막상 철자를 쓰라면 손이 멈춥니다. a가 몇 개인지, r이 어디 들어가는지, q 뒤에 u가 하나인지 두 개인지에서 바로 막힙니다. 미국 사람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운전면허 시험 서류나 회사 이메일 주소 입력하다가 알버커키에서 틀려본 경험 한 번쯤은 있습니다. 저는 ALB까지 쓰고 a인가 u인가 헷갈린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이 헷갈림은 Albuquerque라는 이름 자체가 영어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도시 이름은 1706년 스페인 식민지 시절, 스페인 총독이었던 알부케르케 공작의 이름에서 나왔습니다.

원래 발음은 지금 우리가 쓰는 알버커키보다 훨씬 스페인어에 가까웠고 철자도 지금과는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 사용자들이 발음하기 쉽게 바꾸고, 표기도 조금씩 굳어지면서 지금의 Albuquerque가 되었습니다.

바꾼게 이모양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철자는 스페인식이고, 발음은 영어식으로 변형된 아주 애매한 상태가 된 겁니다.

문제는 이 철자가 영어권의 감각과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점입니다. 영어에서는 q 다음에 u가 오는 게 익숙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erque라는 조합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instinctively q 이후를 단순화하거나, r 위치를 바꿔 적거나, 끝을 -key나 -kee처럼 처리해 버립니다.

알버키, 알버커키, 알부커키 같은 변형이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Albuquerque를 줄여서 ABQ라고 부르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도 이 긴 스펠링에 대한 집단적 포기 선언에 가깝습니다. 공항 코드, 뉴스, 현지인 대화까지 전부 ABQ로 해결합니다. 뭐 여기선 편합니다. ABQ 하면 다 통하니까.

이런 스펠링 혼란은 알버커키의 정체성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이 도시는 전형적인 미국식 이름이 아니라 스페인, 멕시코, 원주민 문화가 겹겹이 쌓인 결과물입니다. 이름 하나에 그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알버커키는 미국 안에 있으면서도 미국스럽지 않은 도시로 느껴지고 그 낯섦이 철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결국 Albuquerque가 헷갈리는 이유는 사람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이 도시가 너무 오래된 이름을 아직도 고집스럽게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바꿀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좀 답답하죠.

그래서 알버커키는 미국에서 스펠링 가장 많이 틀리는 도시 이름 중 하나로 남았고, 동시에 자기 역사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도시 이름이 되었다고 하네요. 스펠링 테스트 단골 단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