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는 남편이 밥 먹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워 보였어요.

밥 한 그릇을 먹어도 싹싹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복스러워 보여서 '이 사람이라면 함께 살림 꾸리고 잘 살겠다' 싶었죠. 그런데 결혼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 소리가 서서히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어요.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 국을 후루룩 마시는 소리, 씹는 소리 하나하나가 신경을 긁는 날이 오더라고요. 예전엔 털털해서 좋았던 사람이, 지금은 너무 무신경하고 비위생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처음엔 귀엽다고 생각했던 버릇들이 지금은 짜증으로 다가옵니다. 손을 아무 데나 닦고 수건을 아무 데나 던져놓던 모습이 '피곤하겠지'에서 '결국 내가 또 치우네'로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내가 설거지를 해도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그 말조차 듣기 힘들어요. 그는 소파에 벌러덩 누워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나는 그 옆에서 그릇을 정리하며 '같이 사는 건지, 내가 돌보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연애할 땐 과감하게 결단 내리는 모습이 참 멋있었어요. 고민하지 않고 바로 결정하는 그 단호함이 믿음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내 의견을 무시하는 고집처럼 느껴집니다. 나의 말은 '잔소리'로 들리고, 그의 말은 '최종결정'이 되는 관계가 언제부턴가 당연해졌어요. 함께 사는 일인데, 자꾸 혼자 사는 기분이 듭니다.

일 욕심 많고 집요한 성격도 처음엔 좋고 존경까지 했었어요. 그런데 주말마다 일 핑계로 가족보다 회사가 먼저가 되고, 장모님 생신 저녁 약속보다 출장 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밤마다 코 고는 소리를 귀엽게 들었던 시절도 있었어요. "피곤했구나" 하며 이불을 덮어주던 내가, 이제는 새벽마다 '병원 가서 검진 좀 받아'라며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예전엔 연락이 늦어도 "바쁘겠지" 했는데, 이제는 같은 집에 살면서도 대화가 늦으면 답답합니다. 하루의 끝에 "오늘 어땠어?"라는 한마디가 그리워요. 그게 없으면 그저 같은 공간에 있는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랑이 대화로 쌓였다면 침묵은 그 사랑을 무너뜨리는 벽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돈 이야기. 이제는 돈 쓰는 일 하나하나 사사건건 계산기 들고 더 싼건 없나 참견하면서 쪼잔하게 굽니다. 정떨어지는게 여러번 반복되니까 내가 이젠 너무 싫어지네요.

내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들이, 왜 지금은 이혼을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어버렸을까.

그 사람이 변한 걸까, 아니면 내가 이제서야 진짜 그 사람을 보는 걸까. 아마 둘 다일 거예요. 사랑은 처음엔 확대경처럼 상대의 장점을 크게 보게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필터가 벗겨지면서 본모습을 보여주니까요.

예전에 '괜찮아'로 넘겼던 일들이 이제는 '그건 안 돼'로 바뀌었습니다. 그건 나의 기준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해요. 관계가 깨지는 건 한 사람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죠. 서로의 변화를 외면한 시간들이 쌓인 결과일 뿐이에요.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압니다. 책임감 있고 추진력 있고, 가족을 위해 애쓰던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에요. 다만 그 강함이 이제는 내 마음을 감싸기보다 내 자리를 줄이는 쪽으로 쓰였다는 게 슬펐어요.

반복적으로 못참고 혼자 이혼을 생각하는 나에게 놀라면서 스스로에게 약속했어요. 이제는 문제가 있을때 '말하는 나'로 살자고요. 사랑을 믿되, 경계를 지키자. 웃음을 나누되, 슬픔은 숨기지 말자.

결혼이란 건 결국 두 사람이 함께 성장해야 유지되는 관계인 것 같아요. 한쪽만 변하고 한쪽만 참고 있으면 그 사랑은 어느새 균형을 잃어요. 이제 그걸 배웠습니다. 결혼의 이유가 다시는 이혼의 이유가 되지 않게, 다음에는 나 자신에게 먼저 성실해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