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아버지가 늦게 돌아오실때는 베이글 한 봉지 사오셨거든.

이게 물에 삶았다가 구운빵이다 맛있지? 하실때는 뭔 대단한 음식인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아버지의 평범한 사랑 표현이었구나 싶다.

크림치즈는 꼭 반으로 갈라서 나눠 바르셨고, 훈제 연어는 살짝 덜어 내 입에 얹어주시곤 했지. 그게 뭐 대단한 건 아닌데도, 묘하게 그립고 따뜻해.

근데 말이야, 베이글이 왜 특별한지 알고 있어?

그냥 모양 때문은 아니야. 이 빵은 역사 자체가 깊어.

심지어 고대 이집트 빵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어.

어쩌면 베이글은 인간이 처음 만든 빵의 DNA를 가장 잘 간직한 녀석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코셔 푸드라는 걸 알아야 돼.

유대교의 율법상 고기와 유제품을 같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전통 베이글은 절대로 우유나 버터 같은 유제품을 넣지 않아.

딱 네 가지 재료만 있어.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이 간단한 조합으로도 이렇게 맛있는 빵이 나온다는 게, 진짜 미스터리야.

게다가 그냥 굽는 게 아니라, 물에 데쳤다 굽거든.

이게 베이글의 핵심이야. 겉은 쫀쫀하게 단단하고 안은 기분 좋게 쫄깃해. 다른 빵에선 절대 안 나오는 식감이야.

그래서 한 입 베어 물면, 어? 싶다가도 곧 중독돼. 도넛이랑 비슷하게 생겼다고 착각하고 베어 문 사람들 놀라는 거, 진짜 자주 본다.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질겨?”

그게 바로 베이글이야. 자고로 ‘빵’은 이래야지.

요즘은 에브리씽 베이글이 인기긴 한데, 원조는 따로 있어.

옛날엔 그냥 플레인 베이글이나 양귀비씨, 참깨 올린 게 전부였거든. 난 아직도 그 고소한 참깨 베이글에 스캘리언 크림치즈 바르면 기분이 사르르 풀려.
훈제 연어, 적양파, 토마토까지 얹어서 럭셔리하게 먹고.

그런 날은 아침부터 뭔가 잘 풀릴 것 같고, 하루가 좀 더 괜찮게 흘러가더라고.

뉴욕이 베이글 도시가 된 이유는 간단해.

19세기에 동유럽 유대인들이 대거 이주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이 빵이 도시 구석구석에 퍼졌거든.

지금 우리가 줄 서서 사 먹는 베이글 집들—브루클린, 퀸즈, 롱아일랜드시티 이런 동네들에서 시작된 거야.

그리고 이건 정말 하고 싶은 말인데—베이글은 그냥 배 채우는 음식이 아니야.

어떤 날은 스트레스를 삼키는 아침이고, 어떤 날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향이고, 어떤 날은 조용히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야.

나는 여전히 일주일에 두세 번은 동네 델리 들러서 베이글 하나 산다.

늘 똑같은 조합인데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그 익숙함이 참 좋아.

그래서 말인데, 뉴욕 오면 꼭 베이글 먹어봐.

브로드웨이 쇼도 좋고 센트럴 파크 산책도 좋지만, 진짜 뉴욕의 맛은, 손에 따끈한 베이글 하나 쥐고 길거리 걷는 그 순간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