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로라도에서 살다 보면요 얼마나 긴 시간이 땅속에 뭍혀있는지 새삼 느끼게 돼요.
그냥 바위인 줄 알고 지나가곤 했는데 알고 보면 어마어마한 연대가 흘러서 지금 모습이 된 거라니까, 괜히 나도 공부 좀 한 사람처럼 뿌듯하고 그렇더라고요. 특히 콜로라도는 북미에서도 지질이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지역 중 하나라서, 층층이 쌓인 퇴적암부터 로키산맥을 일으킨 변성암, 그리고 고대 바다 흔적까지 다 나와요. "아이고, 여기 바닷속이었다가 산이 됐다고?" 하고 처음 들었을 땐 진짜 놀랐어요.
일단 로키산맥부터 얘기해야죠. 요즘 우리가 드라이브하며 보게 되는 그 멋진 산맥들, 사실 몇천만 년 전엔 땅 밑 깊숙이 있던 암석이 지각 운동으로 쑥 올라온 거라더라고요. 판이 밀고 당기면서 지각이 접히고 솟구쳐 올라오다 보니 저렇게 웅장한 산맥이 됐대요. 덴버 주변만 해도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편마암 같은 오래된 변성암 볼 수 있고, 에스테스파크나 록키마운틴 국립공원 쪽 가면 17억 년 전 암석을 그냥 길가에서 본다니까요. "내가 지금 17억 년 전 돌을 밟고 있는 거네?" 하고 생각하면 괜히 나이 들어 보이던 무릎 통증도 위안이 돼요.
콜로라도 동부 평원 지역은 완전 분위기 달라요. 여긴 바다였던 시절의 퇴적물이 쌓여 생긴 지층들이 많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덴버나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드라이브하다 보면 언덕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흙도 붉은빛·황토빛 다양하게 나오죠. 언니들과 산책하다 보면 "여기 흙 색깔 왜 이래?" 하는데, 그게 다 철성분, 광물질, 퇴적 환경에 따라 다른 거래요. 괜히 전문가 톤으로 설명해주면 다들 "어머 니가 그런 말도 하네?" 하고 놀라죠.
또 Garden of the Gods 가면 빨간 사암절벽이 솟아 있잖아요. 사진만 보면 누가 일부러 세워놓은 조형물 같지만, 사실 바람·비·얼음에 깎이고 깎여 지금 이렇게 남은 거라더라고요. 원래는 수평으로 쌓여있던 퇴적층이 지각 활동으로 기울어져서 수직에 가깝게 서 있게 된 거라고 하네요.
서쪽으로 가면 더 다채롭습니다. 콜로라도 고원 지역에는 공룡 뼈도 많이 나오고, 고대 나무 화석도 발견돼서 "여기 옛날엔 정글 수준이었나 보다" 싶어요. 몽유병처럼 똑같은 일상도 이런 자연 속에 들어가면 순간 확 깨어나요. 모아이 같은 바위, 지하 화석 숲, 심지어 화산 흔적도 있어요. 콜로라도 스프링스 근처엔 오래전에 폭발했던 화산 지형이 남아있어서, 그 바위들 보면 "아이고 여기 옛날엔 불 뿜고 난리였겠네" 싶은 생각도 든다니까요.
요약하자면요, 콜로라도 땅은 그냥 땅도 아니고 지구 역사 박물관이에요. 북부는 변성암, 중부는 화강암과 로키산맥 기원 암석, 동부는 퇴적층, 남서부는 고원과 협곡, 심지어 공룡·화석까지 다 나오니 어찌 멋지지 않겠어요? 우리가 평소에 밟는 흙 한 줌에도 수억 년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 청소기 돌리다 나오는 먼지도 왠지 의미 있어 보인다니까요.
이 도시 살면서 느낀 게 그래요. 사람들은 덴버가 스키 타러 가기 좋은 곳이라며 스키장 얘기만 하는데, 그 밑바닥을 알면 콜로라도는 정말 '지질 덕후들의 천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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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아 Ang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