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와이에서 남편과 살고 있다.

여기에서의 삶은 햇살처럼 따뜻하고, 파도처럼 평화롭다.

푸른 바다와 오락가락 하는 빗줄기, 그리고 푸르기만 한 하늘은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남편과 함께 아침 바닷가를 걷고, 시장에서 과일을 고르고, 말 그대로 평온함 그 자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문득문득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진다.

왜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아마 남편보다 오래 살게 될 것이다.

남편은 지금도 체력도 좋고 건강도 잘 챙긴다. 걷기도 하고, 낚시도 즐기고, 친구들과 골프 약속도 꾸준히 나간다. 아직은 크게 아픈 데도 없다.

하지만 그의 친구들, 그리고 형님들…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난다.

최근엔 남편보다 두 살 위인 미국인 친구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형님 한 분도 72세에 지병으로 작년에 돌아가셨다.

모두들 70을 넘기자마자 병원에 자주 드나들더니, 어느새 명절 연락이 끊기고, 부고가 들려온다.

건강했던 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면서, 나는 점점 더 내가 혼자 남겨질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성보다 보통 5~7년 정도 길다.

미국에서도 여성은 평균 81세, 남성은 76세 정도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같은 나이라도, 나는 그만큼 더 오래 이 세상에 남게 될 확률이 높다.

이건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남편 없는 집에서의 아침, 함께 걷던 바닷가 산책길, 식탁 너머의 빈자리, 늦은 저녁을 함께 보내던 TV 드라마 한 장면, 이런 게 전부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는 순간, 마음이 허전해진다.

나는 어떻게 혼자 살까

사실 ‘노후’라고 하면 함께 늙어가는 그림만 떠올렸지, 혼자 남겨질 가능성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정서적인 독립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전부가 아니고, 나 혼자 보내는 시간도 익숙해져야 한다.

가끔은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도 하고, 동네 책 모임에도 나가볼까 생각 중이다.

이젠 내 시간도 소중하게 써야겠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경제적인 독립성도 중요하다.

남편이 없을 때 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생활비, 집 관리, 병원 문제 같은 걸 미리 점검해본다.

보험도 다시 들여다보고, 자녀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챙기다 보면, 훗날 갑작스럽게 찾아올 그 공백을 조금은 덜 외롭게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바라는 건 단순히 외로움을 피하는 게 아니다.

혼자 남아도 내 삶의 방향을 잃지 않고 싶다.

햇살 좋은 날 아침 커피를 내려 마시고, 꽃을 돌보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삶.

남편이 없더라도 그 모든 걸 내 삶의 일부로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와이의 하늘은 언제나 푸르다.

그 하늘 아래에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날도, 혼자 살아갈 날도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