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산지 5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싶은게 시카고에서 제일 높은 빌딩, 윌리스 타워(Willis Tower)에 올라가는 일입니다.

예전 이름은 시어스 타워(Sears Tower)로 1973년에 완공됐고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에 살때 시카고 빌딩하나가 넘버1 높이였다는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이 빌딩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보다 높다고 하니, 한 번쯤 직접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습니다.

회사도 쉬고해서 마음 먹은날 일어나자 마자 우버를 타고 윌리스 타워로 향했습니다.

빌딩아래에서 보면 하늘로 곧게 솟은 검은색 빌딩이라서 덩치자체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유리창에 구름이 비치고, 마치 도시 전체가 이 건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입구로 들어서자 금속 탐지기를 지나야 했고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숫자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10층, 20층, 50층, 80층... 불과 60초 만에 103층 전망대(Skydeck)에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느껴지는 공기의 변화, 귀가 살짝 막히는 느낌,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시야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시카고의 모든 건물들이 발 아래에 펼쳐져 있었고 미시간 호수까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전망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더 렛지(The Ledge)'였습니다.

투명한 유리 상자가 빌딩 밖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그 위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400미터 아래 거리가 그대로 보입니다 ㅋ.

처음엔 겁이 나서 발끝만 살짝 올려봤는데 유리가 투명하다보니 순간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렸고 심장이 쿵쾅거리더군요. 하지만 몇 초 지나니 이게 바로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이유라는 걸 알겠더군요. 그 투명함 속에서 느껴지는 짜릿함 ㅋ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와 도시의 경계가 분명했고,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였습니다. 강바람에 흔들리는 깃발, 멀리 보이는 네이비 피어, 그리고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요트들까지.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으니 마치 시카고가 잠시 멈춘 듯했습니다. 아래에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텐데 말이죠.

시카고는 예전에 큰 화재로 도시 대부분이 불타버린 적이 있죠. 그런데 그 폐허 위에서 이런 초고층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그 자체로 시카고의 회복력과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 같았습니다. 높은 곳에 서면 사람의 마음이 작아질 때도 있지만 그만큼 도시가 얼마나 큰 에너지를 품고 있는지도 느껴졌습니다.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들 조용했습니다. 처음 올라갈 땐 설렘이 가득했는데, 내려오는 길엔 약간의 여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빌딩을 다시 올려다봤습니다. 같은 건물인데, 올라가기 전과 내려온 후의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냥 '높은 빌딩'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꿈이 쌓여 있는 하나의 상징처럼 보였습니다.

윌리스 타워 전망대 입장료는 솔직히 싸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값어치를 충분히 합니다.

시카고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 번쯤 꼭 올라가 봐야 하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