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에 살다 보면 눈 소식이 처음에는 즐겁다가도 반복되면 점점 귀찮아진다.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땐 솔직히 눈이 내리면 괜히 들뜼다.

사진 찍어 SNS에 올리고 싶은 풍경이 매일 집 앞에서 펼쳐지니, 마치 겨울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눈은 예쁘지만, 그 예쁨 뒤에 따라오는 현실적인 불편함은 막상 살아보면 꽤 크게 다가온다.

눈이 한 번 제대로 쌓이면 출근 준비부터 전쟁이다. 아침에 문을 열면 차는 눈 속에 파묻혀 있고 앞마당은 미끄럽다 못해 얼음판이 되어 있다. 눈 치우는 삽 들고 나가 15분이면 될 줄 알았던 일이 한 시간 넘게 걸릴 때가 허다하고, 그 한 시간 동안 손끝은 얼고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또 한 번은 퇴근길에 눈이 갑자기 퍼붓기 시작했는데, 차가 도로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악착같이 핸들을 잡고 천천히 기어가듯 집으로 와야 했다. 눈 내리는 풍경은 아름다운데, 아름다움 감상할 여유가 없다는 게 문제다.

특히 알바니는 겨울이 길다. 첫눈이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도 잠시뿐이고, 며칠 지나면 "또 쌓였네, 또 치워야 하네"라는 현실이 찾아온다. 눈이 녹으면 도로에는 염화칼슘 자국이 남고 차는 순식간에 더러워진다.

세차해도 며칠 못 가 다시 흰 가루가 달라붙어 있고, 타이어는 마모가 빨라진다. 아파트 계단이나 인도는 오전엔 괜찮다가도 밤새 얼어붙어 다음날 아침엔 스케이트장이 되어 있다. 잠깐 방심하면 미끄러지는 일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불평만 할 수는 없다. 눈 덮인 허드슨 강을 바라보며 산책하면 겨울만의 고요함이 있고, 주말에 소복이 쌓인 공원을 걸으면 스노우부츠가 눈을 꾹꾹 밟는 소리가 은근히 중독된다. 아이들은 썰매 들고 뛰어나가 언덕을 오르내리고, 어른들은 사진기 들고 풍경을 담는다.

눈이 주는 낭만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알바니다. 이곳에 오래 사는 사람들은 겨울 대비를 생활 습관처럼 한다. 장갑은 두꺼운 걸로, 신발은 미끄럼 방지로, 눈 예보 뜨면 저녁에 미리 소금 뿌려두고, 아침엔 눈 치우는 스케줄을 계산하며 움직인다.

그래서 알바니의 눈은 반갑지만은 않다. 환영도 두려움도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 첫눈은 설레고 두 번째는 괜찮지만, 세 번째쯤 되면 "그래, 또 왔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삽 들고 나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어느 순간 문득 새하얀 세상을 바라보며 마음이 말랑해진다.

불평하면서도 매년 기다리게 되는 게 또 눈이다.

알바니에서 겨울은 그렇게 우리를 단련시키고, 또 묘하게 사랑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