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라디오에서 금값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오늘 금 시세는 온스당 3400달러를 다시 넘어..."
요즘처럼 금값이 계속 오른다는 얘기를 들으면 문득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35년 전, 뉴욕 퀸스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친했던 베트남 친구다.
그 친구는 체격이 작고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어느 날 집이 부자인 백인 친구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부모님은 돈만 생기면 금을 사."
그 친구네집은 잘살지도, 그렇다고 그리 못살지도 않았던 수준이었다.
"왜?" 내가 물었더니, "우리부모님은 은행을 안 믿어. 금은 무슨일이 생기면 들고 도망칠 수 있잖아..."
그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세탁소를 하던 우리 집은 그런 여유조차 없었고 저축보다는 페이먼트 막는게 급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그 친구는 시카고에 있는 대학으로 갔고 나는 남쪽으로 내려와 지금은 아틀란타에 살고 있다.
연락은 끊겼지만, 요즘처럼 금값 얘기가 들릴 때면 가끔 그 친구 생각이 난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 친구 부모님이 1990년에 금을 샀다면, 지금 그 금은 얼마나 올랐을까?
1990년대 초반, 금 1온스 가격은 약 340달러 안팎이었다.
2025년 지금, 금값은 온스당 약 3400달러.
무려 10배 상승했다.
340불짜리 금 1 온스 (31.1g)가 지금은 3400불이 된 거다.
이걸 퍼센트로 따지면 약 1000% 수익률이다.
반면, 같은 시기에 은행에 1000달러를 넣었다고 해보자.
그 시절엔 이자가 5프로가 넘을정도로 높았지만, 2000년도 들어서 이자율이 1프로 미만이 된적도 있다.
그래서 평균치로 복리로 잘 굴렸다고 계산하면, 3900불정도 된다
한 34년 돈을 묻어놓았다면 금은 10배, 은행은 4배가 올랐다.예금도 복리의 힘으로 나름 불어났지만, 금의 상승 폭에는 한참 못 미쳤다.
그 친구 부모님은 전쟁 세대를 살았다. 은행이 문 닫고 돈이 휴지조각 되는 걸 본 세대였다.
그래서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산"인 금을 선택한 것 같다.
지금 보니 그 선택, 틀리지 않았다. 이자도 없고, 보관도 불편하지만 시간은 금에게 아군이었다.
나는 401(k)나 IRA 같은 계좌에 자동이체를 해왔고, 은행 예금이 안전하다고 믿고 살아왔다.
크게 잃은 적은 없지만, 크게 번 적도 없다.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혹시 부모님이 남긴 금괴 몇 개로 집 사고, 차 사고, 여유롭게 살고 있진 않을까?
물론 금만이 정답은 아니다. 금은 현금화가 바로 안 되고 많은 금을 팔때는 세금 문제도 복잡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35년 후를 내다보고 움직인 사람은 결국 이긴다.
요즘은 나도 금을 조금씩 사볼까 생각한다.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그렇게 실물 자산으로 남겨두는 것도 괜찮겠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내 아이에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빠도 옛날에 이 금 조금 사놨다. 시간이 지나면 이게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그 친구에게도 한마디 전하고 싶다.
"너네 부모님 똑똑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