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왔을 때 미국생활에 너무나도 중요해서 당황스러웠던 크레딧 히스토리.
미국 생활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크레딧 스코어 질문을 받았을때 느꼈던 당혹감이 생생하다.
처음에 핸드폰 알아보고, 아파트 렌트하려 했더니 다 물어보는 게 크레딧 스코어다.
"나는 한국에서 신용 하나로 살았고, 연체 한 번 없었는데?"
"그게 여기선 아무 소용 없어요. 미국에서의 크레딧이 없으면 그냥 '신용 없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한국에서 돈이 많아도 미국에선 신용 히스토리가 없으면 렌트도 어렵고, 핸드폰도 프리페이드 써야 하고, 자동차 리스는 언감생심이다.
자, 그럼 도대체 이 '신용'이라는 놈을 어떻게 처음부터 쌓아야 할까?
우리가 잘 아는듯 하면서도 잘 모르는 Secured Credit Card, 일명 시큐어드 카드다.
시큐어드 카드가 뭐냐고?
쉽게 말해서 '담보형' 신용카드다. 자기가 일정 금액을 보증금처럼 맡기면, 그 금액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카드다.
예를 들어, 500달러를 은행에 맡기면, 500달러 한도의 시큐어드 카드를 발급해준다.
이걸 디파짓이라고 하는데 디파짓은 보통 $300불 정도 많이 하고 있고 최고금액은 $2,500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은행마다 다르니 잘 알아보기 바란다.
이렇게 카드를 받아서 보증금 리밋 안에서 쓰고, 제때 갚으면 '이 사람이 돈을 빌려 쓰고 잘 갚는구나' 하고 신용 히스토리가 쌓이는 구조다.
아니 그럼, 그냥 체크카드 쓰면 되는 거 아니냐고?
체크카드는 신용기록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크레딧 점수에 영향을 주는 건 '빌리고 갚는 기록'이다.
시큐어드 카드는 이걸 가능하게 해준다. 처음엔 보증금을 걸고 시작하지만, 12개월 정도 성실하게 갚다 보면 일반 신용카드로 전환되기도 하고, 다른 카드 신청도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크레딧 세계의 입문용 카드인 셈이다.
시큐어드 카드, 요즘은 비대면으로도 쉽게 신청 가능
요즘은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 내가 추천하는 몇 개 카드 회사는 다음과 같다. (광고 아님, 실제 경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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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l One Platinum Secured Card – 승인도 빠르고, 최저 보증금도 $49부터 시작해서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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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ver it Secured Card – 심지어 캐시백 리워드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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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Sky Secured Visa – 크레딧 점수 없이도 발급이 가능해서, 진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분들한테 좋다.
신청은 다 온라인으로 된다. 웹사이트 들어가서 이름, 소셜번호, 수입, 은행 계좌 정보 정도만 넣으면 된다. 보증금은 본인 계좌에서 바로 이체하면 되고, 카드도 보통 일주일이면 집으로 날아온다.
왜 시큐어드 카드 없이는 크레딧 쌓기가 힘든가?
간단히 말하자면, 누군가 나한테 '돈을 빌려주고 갚는 모습'을 관찰해야 신용이 생긴다.
근데 은행이나 카드사는 처음 보는 나한테 아무 이유 없이 돈을 빌려줄 리 없다. "너 누구냐?" "네가 갚는다는 걸 어떻게 믿냐?" 이게 현실이다.
시큐어드 카드는 이 빈틈을 메워준다. 돈을 맡겨놨으니 은행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없고, 나도 신용을 쌓을 수 있다. 마치 운전면허 학원에서 '연습면허' 주듯이, 진짜 사회에 들어가기 전 단계다.
신용 망가졌어도, 다시 시작은 시큐어드 카드로
미국에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신용이 박살날 때가 있다. 실직, 이혼, 병원비, 혹은 그냥 철없던 시절의 카드값 연체.
그럴 때도 다시 발판이 되어주는 게 시큐어드 카드다.
신용이 나빠도 시큐어드 카드는 보증금으로 리스크를 막기 때문에 발급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한두 개 월씩 제때 갚다 보면, 6개월~1년 사이에 점수가 다시 올라간다.
마치 헬스장에서 근육을 다시 키우는 것처럼, 작은 무게부터 꾸준히 들어올리면 언젠간 원래 몸으로 돌아온다. 시큐어드 카드는 그 첫 번째 덤벨이다.
이제 막 미국에 들어온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미국에선 어떻게 신용 쌓아야 해요?"
나는 주저 없이 말해준다. "시큐어드 카드부터 시작해. 그게 시작이야."
미국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신용이란 건 참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결국,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첫걸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