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서쪽 끝자락, 캐나다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태평양의 바람을 맞는 주.

워싱턴 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시애틀 하면 떠오르는 비, 커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다 맞아요.

그런데 이 주, 단순히 '스타벅스의 고향'이나 '보잉 공장 있는 곳'이 아니라, 굉장히 다층적이고 깊은 이야기를 가진 곳입니다.

선 이름부터 남다르죠. 미국 50개 주 중 유일하게 조지 워싱턴의 이름을 따온 주입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의 이름이 주 이름이 된 건 워싱턴 하나뿐이에요. 수도인 워싱턴 D.C.와는 완전히 다른 곳입니다. 자꾸 헷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요.

워싱턴 땅에는 수천 년 전부터 추카누트, 스카지트, 네즈퍼스 같은 원주민 부족들이 자리를 잡고 살았습니다.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고, 숲에서 열매를 채집하며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지켜왔죠. 그러다가 1700년대 후반부터 유럽의 탐험가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영국과 스페인이 이곳을 탐사하고, 이어서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가 태평양 북서부를 돌아보며 워싱턴은 점점 미국 역사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 1846년, 오리건 조약이 체결되면서 워싱턴 지역은 미국 땅으로 확정됩니다. 경계는 49도선으로 그어졌고, 캐나다와의 국경도 이때 정해졌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1889년 11월 11일, 워싱턴은 미국의 42번째 주로 공식 편입됩니다.

이후 워싱턴 주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합니다. 특히 20세기 초반, 숲이 많다 보니 목재 산업이 활발했고, 강이 많아 수력 발전도 자연스럽게 발전했어요. 여기에 항공 산업까지 더해졌죠. 바로 그 유명한 보잉이 워싱턴에서 날아올랐습니다.

지금의 워싱턴을 이야기할 땐 시애틀을 빼놓을 수 없어요. 이 도시는 단순히 주의 중심지가 아니라,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두 공룡 IT 기업의 본사가 이곳에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도심 분위기도 굉장히 세련됐고, 젊은 층 인구도 많습니다. 시애틀 외에도 동부에는 스포캔, 남쪽에는 타코마 같은 도시들이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자리잡고 있어요.

2023년 기준 워싱턴 주의 총 인구는 약 790만 명. 미국 전체에서 13번째로 인구가 많습니다. 인종 구성도 다양해요. 백인이 약 65%로 가장 많고, 아시아계가 10%, 히스패닉이 13%, 흑인이 4%, 그리고 원주민 및 기타 인종이 약 8%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다문화가 일상인 곳이죠.

이런 도시화와 인구 성장은 IT 산업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지사에 보잉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워싱턴으로 이주하면서, 일자리를 찾고, 삶의 기반을 만들고 있어요.

경제적으로도 탄탄합니다. 2023년 기준 워싱턴 주의 가구 중간소득은 약 82,400달러로, 미국 전체 평균보다 높습니다. 특히 시애틀 지역은 중간소득이 약 105,000달러에 달해요. 생활비도 높지만, 그만큼의 수입과 기회가 있는 곳이라는 얘기겠죠.

기술 산업 외에도 워싱턴은 농업으로도 유명해요. 사과, 체리, 그리고 맥주의 핵심 원료인 홉 생산량이 미국 내 1위입니다. 여기에 컬럼비아 강을 기반으로 한 수력 발전도 에너지 생산의 핵심이 되고 있고요.

여행자로서 워싱턴을 좋아할 이유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 올림픽 국립공원, 시애틀의 명물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까지. 자연과 도시가 적절히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비가 자주 와서 '우울한 도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 사람들은 굉장히 활기차고 자유로워 보이더군요. 우산도 잘 안 쓰고요. 이곳의 사람들과 도시 풍경, 자연과 기술,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워싱턴 주는 분명 미국 북서부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을 만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