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때 중국집 가면 짜장면에 탕수육 그리고 가끔은 빼갈 한잔 걸쳤던 기억 있죠. 투명한 병에 담긴 그 술, 멀쩡히 보면 그냥 물 같아 보여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입안이 불타는 듯한 그 강렬한 느낌, 바로 그게 고량주의 매력입니다. 고량주는 중국의 전통 증류주 '백주(白酒)'의 한 종류인데, 백주라는 건 원래 중국에서 곡물을 증류해 만든 술 전체를 말해요. 그중에서도 수수(고량)를 주재료로 쓴 게 우리가 말하는 고량주죠.

이름은 똑같이 고량주라도 지역마다 맛이 완전 달라요. 구이저우성의 마오타이는 수수 100%로 만든 정통 고량주라 향이 깊고 묵직하고, 산시성의 분주는 청향형이라 부드럽고 향이 은은합니다. 사천성의 사득은 다섯 가지 곡물에 밀까지 넣어서 향이 꽉 차 있고, 오량액은 그 다섯 가지 곡물 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술로 유명하죠. 이렇게만 봐도 백주의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고량주의 도수는 보통 30도에서 60도 사이입니다. 저도주라 해도 30도대니 가볍게 마실 술은 아니죠. 처음 마신다면 백주 전용 잔에 살짝 따라서 향부터 맡아보세요. 코끝에 과일향이 스치다가 한 모금 넘기는 순간 목을 타고 불길처럼 퍼집니다. 순간은 뜨겁지만 뒷맛은 또 깔끔해서 입안을 싹 씻어주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마라탕이나 깐풍기 같은 기름진 중국요리랑 궁합이 아주 잘 맞습니다.

중국 백주는 만드는 방식에 따라 맛이 완전 달라져요. 어떤 누룩을 쓰는지, 발효를 어떻게 하는지, 증류 온도는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술의 개성이 갈리죠. 청향형, 농향형, 미향형 등으로 나뉘는데, 농향형 고량주는 진짜 강합니다. 한 모금 마시면 코랑 목이 동시에 얼얼해요. 반대로 청향형은 향이 부드러워서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고량주의 향은 그야말로 강렬합니다. 옷에 한 방울만 떨어져도 빨래를 몇 번 해도 냄새가 안 빠질 정도라 중국에서는 "고량주 흘리면 그날은 끝났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예요. 그래도 그 강한 향이 고량주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재밌는 건, 의외로 고량주는 숙취가 거의 없다는 거예요. 증류주라 불순물이 적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물론 50도 넘는 걸 병째로 들이켜면 숙취 없는 술도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적당히 마셨을 때 얘기죠.

요리할 때도 고량주가 쓰입니다. 불맛을 살리거나 고기 잡내를 잡는 데 아주 효과적이에요. 셰프 최현석도 가정용 가스 불이 약할 때 팬에 고량주를 살짝 붓고 불을 붙여 화력을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너무 많이 넣으면 음식 전체가 술맛으로 뒤덮이니 조심해야죠.

결국 고량주는 불처럼 강하고 향처럼 은은한 술이에요. 한 잔 마시면 그 안에 중국의 시간과 이야기가 스며 있는 느낌이 납니다. 처음이라면 청향형으로 시작해보세요. 과일향이 살짝 감도는 깔끔한 뒷맛 속에서 어느 순간 "아, 이게 고량주의 맛이구나" 하고 느끼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