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경 공부를 하다 보니까 redemption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길래 한번  알아봤다.

사전에서는 구원, 속죄, 되찾음, 상환 같은 단어로 설명되지만 그냥 한국말로 뭐지 하면 감이 잘 안 온다.

그런데 기독교에서 redemption은 훨씬 더 무게 있는 의미를 가진다. 하나님이 인간의 죄를 위해 예수님을 보내셨고, 우리가 잃어버렸던 영적인 자리를 다시 되찾게 되었다는 개념.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빚을 갚고 자유를 되찾는 구원 같은 느낌이다.

가끔 인생이 어두운 터널 같을 때가 있잖아. LA에서 살다 보면 속도도 빠르고, 회사 일에 치이고, 사람 관계에 상처받고, 나 자신한테까지 서운할 때도 있다. 나도 35살이 되고 나니 예전엔 안하던 생각을 자꾸 한다.

"나 지금 괜찮은 걸까?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없나?" 이런 질문이 마음 밑바닥에서 조용히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단어 redemption이 이상하게 위로처럼 다가온다. '되찾는 것, 회복되는 것'이라는 뉘앙스 때문인지, 우리가 완벽하지 않아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느낌이 든다.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고 자책할 때도 있지만, 신앙 안에서는 하나님이 이미 값을 치르셨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redemption은 꼭 큰 종교적 사건에만 쓰는 게 아닌 것 같다. 하루를 망쳤다고 느낄 때 다시 마음 다잡는 순간, 소원해진 친구에게 먼저 연락해보는 용기, 몇 번이나 포기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그날도 일상의 작은 redemption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건, 회화에서는 redemption이 훨씬 가볍게 쓰인다는 거다. 종교적 '구원'도 맞지만 일상에서는 보통 만회, 재기, 명예회복 같은 뜻에 가깝다. 뭔가 망쳐 놓았는데 다시 잘해서 회복하는 상황에 딱 맞는다.

대화 예를 들면,

  • "This is my redemption." → 이번엔 제대로 해볼 거야

  • "I need redemption after yesterday." → 어제 망쳤으니 오늘은 만회해야지

  • "Coffee was my redemption for being late." → 늦어서 커피 사온 걸로 만회했지 뭐 ㅋㅋ

  • "This match is his redemption." → 이번 경기가 걔의 명예회복 기회지

  • "She's looking for redemption after that mistake." → 실수하고 만회하려고 노력 중이야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redemption arc"라는 말도 진짜 많이 쓴다. 망한 캐릭터가 나중에 성장해서 멋지게 복귀하거나 희생으로 마무리되는 스토리. 이런 게 딱 redemption이다.

결국 redemption은 무너졌던 것을 다시 세우고, 잃어버린 걸 되찾는 힘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이해가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