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는 오랜 시간 한국 이민사회의 중심 같은 도시였다.

1970년대-80년대 정착한 1세대 이민자들이 작은 가게와 식당부터 시작해 삶을 일구었고, 코리아타운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한국어 간판과 마켓, 교회, 병원까지 갖춘 '또 하나의 서울'이 되었다.

새로 오는 이민자와 유학생에게는 가장 먼저 기대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안전한 발판이었고, 성공과 실패, 희망과 현실이 모두 뒤섞인 한국인의 삶의 기록이 쌓인 도시이기도 하다.

그런데 2025년도 요즘 로스앤젤레스는 어떠냐고 한국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대부분 바로 이렇게 말한다.

"한인 많고 날씨 좋고..." 딱 여기까지.

실제로 와보면?

햇살은 기가 막히지만... 캘리포니아 생활비 폭탄에, 주차 스트레스, 주변 프리웨이는 항상 막히고, 홈리스 텐트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그래도 한국 사람들 사이에선 LA라는 이름만 들으면 이상하게 어깨가 으쓱해진다. 나 할리우드 근처 산다, 이런 느낌?

한국에서 영화 보면서 동경하던 그 팜트리랑 선셋 풍경이 딱 박혀 있으니까. 한때는 다들 LA 오면 인생 바뀔 줄 알았지.

근데 현실은 냉정하다. 코리아타운 가면 한국보다 더 한국이다. 삼겹살, 감자탕, 노래방, 치과, 변호사 사무실까지 줄줄이. 이민 와서 한국이 그리워질 틈이 없다.

그냥 "한국어로 다 해결되는 미국 버전 서울역" 느낌?

어떤 사람은 LA가 편하고 좋다 하고, 어떤 사람은 "이럴 거면 그냥 한국 가지" 하고 냉소를 날린다. 나는 솔직히 둘 다 이해된다.

할리우드? K-푸드? 다 좋다. 뭔가 있어 보이고 화려해 보인다.

근데 막상 살아보면 치안은 불안하고 렌트는 뉴욕같이 비싸고.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러 나갔다가 홈리스 텐트촌 지나면 기분이 우울해진다.

한국식 표현대로면 "번쩍 번쩍하지만 속은 좀 썩은 사과" 같은 도시. LA를 사랑하지만 가끔씩 정떨어지는 이유다.

그래도 웃긴 건, 다들 LA를 욕하면서도 못 떠난다.

날씨 좋지, 한국 음식 넘쳐나지, 아시안 차별이 심한 다른 주에 비하면 여긴 거의 본진 아닌가.

어쩌다 한국 가면 또 LA 그립다고 혀 깨물며 말한다. 사람 참 간사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2050년 LA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코리아타운 골목골목 점령한 한국 이민 1세대, 1.5세대가 다 은퇴하고 타주로, 외곽지역으로 싹 다 빠져나가면 어떡하지?

"따뜻하고 렌트 싼 곳 찾았다"며 한 명씩 사라지면...

코리아타운은 한인 노인들 대신 빈 상가 간판만 나부끼는 유령 동네가 되는 걸까?

아니면 반대로 K-콘텐츠로 무장한 Z세대들이 물밀듯 들어와서 또 새로운 한인타운을 만들까?

2050년 LA가 계속 "한국인 천국"일지, 아니면 "이곳에 한인타운 있었다더라" 박물관 기록만 남을지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지금 이 화려하고 복잡한 LA가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게는 청춘을 바친 도시, 누군가에게는 살다가 결국 떠난 도시, 또 누군가에게는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났던 출발지 정도?

LA는 찬양하기에도, 욕하기에도 묘하게 아까운 도시다.

그리고 2050년에 되면 어떨까?  그때도 코리아타운 골목마다 한국어 들리고 구수한 설렁탕 냄새가 날까?

아니면 "LA? 거기 옛날에 한인 모여 살던 데" 하고 추억만 떠올릴까?

미래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알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