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만 틀면 나오는 경찰 총격, 추격전, YouTube만 보면 나오는 각종 bodycam 영상등 하여튼 경찰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위급한 상황이 하루가 멀다 하고 흘러나오니까요. 시카고에 살다 보니 경찰차 사이렌은 거의 배경음 같은 느낌이라 이제는 "또 누가 급한 상황이라 달리는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넘깁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장면 하나를 목격했어요. 세 블록 떨어진 곳에서 경찰차 다섯 대가 모여 있고 경찰들이 차 뒤에 몸을 숨긴 채 총을 겨누고 있더라고요.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진짜 제 동네에서요. 그때 머릿속에 스쳤습니다. "아, 진짜 이렇게 목숨걸고 일하는구나."

물론 모든 순간이 총격 긴장감 속에 있는 건 아닙니다. 동네에서 무단주차 단속하거나 크로거 앞에서 실랑이 벌이는 사람 말리는 건 더 일상적이죠. 그래서 경찰이 맨날 액션 영화처럼 사는 건 아닙니다.

근데 미국은 총이 있는 나라잖아요. 시카고 쪽은 치안이 안 좋아서 경찰이 정지시킨 차 안에 총이 있을 수도 있고, 집 호출 출동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폭발할 수도 있고. 그 예측 불가능함 때문에 평소에도 항상 '혹시'라는 긴장감을 안고 산다는 게 더 무섭습니다.

시카고는 도시 특성상 총격 사건 뉴스가 자주 나옵니다. 경찰 입장에선 한 번 실수하면 자기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는 공포가 있고, 시민은 경찰이 과하게 대응하면 자기 권리가 짓밟힐 수 있다는 불신이 있죠.

이 둘 사이가 늘 팽팽하게 긴장된 느낌. 그래서 경찰들이 트래픽 스탑할 때도 손을 허리 근처에 두며 접근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이 운전자가 협조적일까, 아니면 총을 꺼낼까?" 매번 50:50의 불확실성을 안고 다니는거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어요. 정말 모든 경찰이 영웅처럼 목숨 걸고 근무할까? 현실은 좀 더 복잡합니다. 어떤 경찰은 헌신적으로 일하고, 어떤 경찰은 최소한의 일만 하고 퇴근만 기다리기도 하죠.

직업은 결국 사람의 집합이고, 경찰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떤 날은 어린아이 길 잃었다고 엄마 찾아주는 일이 하루 업무의 전부일 수도 있고, 또 어떤 날은 평생 잊지 못할 총격훈련 같은 사건에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결국 결론은 미국 경찰은 항상 목숨을 걸지는 않지만, 목숨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늘 존재하는 직업이라는 것.

직장에서 잘못하면 문서 수정하면 끝나는 직업과 달리, 이들은 잘못하면 하루가 인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죠. 그 리스크는 진짜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이렌 소리 들릴 때마다 조금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냥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는 지금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라는 생각.

영웅 미화할 것도 아니고, 무조건 비난할 것도 아니지만, 미국에서 경찰로 산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