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 이런 말 들으면 살짝 설레여야 하는데 이젠 그런느낌이 안들게 되네요.

이제는 솔직히 말해서 "그래, 한 번 또 쇼 한 번 하겠구나" 이런 생각부터 들어요.

10년 전만 해도요, 새벽에 스톤우드 몰이나 베스트바이 상점 앞에 줄 서서 TV 하나라도 싸게 건지겠다고 커피 들고 떨면서 기다리던 그 전투력 넘치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세일상품 한 두 개만 집어들어도 괜히 득템전쟁에서 승리한 기분 들고, 집에 와서 남편한테 "이거 원래 얼마인지 알아? 내가 얼마에 샀는지 알아?" 자랑질하던 그 재미. 근데 요즘은 블랙 프라이데이건 뭐건 일단 아마존 프라임데이부터 떠오릅니다.

명목만 다를 뿐, 연중 세일이 너무 많아서 뭐가 대박인지도 모르겠어요.

온라인 들어가면 맨날 "오늘만 이 가격", "라스트 찬스", "딜이 곧 끝납니다" 이런 말이 떠다니는데, 솔직히 말해서 내 카드값은 안 끝나거든요. 문제는 또 뭐냐, 예전에는 발품 팔아서 세일 구경했는데 요즘은 손가락품만 팔면 가격 비교 끝이잖아요.

다우니 코스트코 한 바퀴 돌고 와서 집에 앉아 아마존, 타깃, 월마트 앱 세 개 띄워놓고 "어디가 3달러 더 싸냐" 이거 따지고 있는 내가 가끔 웃겨요.

주부 생활이 재테크인지 쇼핑인지, 이젠 구분도 안 가요.

블랙 프라이데이에 맞춰 큰맘 먹고 에어프라이어나 청소기 같은 거 하나 딱 샀다고 칩시다. 배송 오기도 전에 습관처럼 또 검색해 본 내가 문제지. 근데 웬걸, 며칠 뒤에 프라임 특가라면서 20불이 더 내려가 있네? 그 순간 진짜 멘붕 와요.

혼잣말로 욕도 못 하고 괜히 리뷰 창 열어서 남 욕이나 보고 닫죠.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도 마찬가지예요. 옛날 같으면 연말 지나고 마시멜로, 초콜릿, 크리스마스 장식 70% 딱 붙으면 그냥 쓸어 담았잖아요. 근데 이젠 시즌 지나기도 전에 온라인에서 맨날 할인을 해버리니까, 12월 초에 산 내가 바보가 되는 구조예요.

타깃에서 트리 장식 세일이라고 집어 왔는데, 장 보러 갔더니 같은 게 더 싸져 있으면 심장 쿵 내려앉아요. 그 앞에서 장바구니 잡고 한참 서서 계산합니다. "지금 이거 환불하고 다시 살까, 말까, 이거 하러 또 줄 서야 되나..." 그러면 또 남편은 옆에서 한마디 하죠. "그거 몇 불 차이 난다고, 시간 아까워 그냥 써." 말은 맞는데 또 억울하잖아요.

블랙 프라이데이니 애프터 크리스마스니, 이름만 그럴싸하지 이미 온라인 세상은 1년 내내 세일이라 솔직히 옛날 같은 설렘은 거의 없어요.

이젠 "진짜 싸다" 싶어도 한 번 더 검색해보고, 카트에 담아도 "혹시 다음 주에 또 떨어지는 거 아니야?" 의심부터 들어요.

덕분에 충동구매는 조금 줄었는데, 대신 쇼핑이 피곤해졌어요. 전엔 백화점 돌면서 눈으로 구경하고 몸으로 피곤해했는데, 지금은 소파에 앉아서 머리로 피곤해지는 스타일. 세일의 시대가 아니라 비교의 시대가 온 거죠.

제일 열 받는 건 뭐냐면, 세일 기간이라고 그때 다 몰아서 사놨는데, 1월 중순쯤 평일에 뜬금없이 "클리어런스 추가 세일" 이런 거 떠서, 내가 샀던 물건이 거의 반값 비슷하게 내려가 있을 때예요. 그때는 그냥 웃음밖에 안 나옵니다.

 다시는 블프에 안 산다 다짐하다가도, 또 11월 되면 알람 맞추고 있는 나 자신 보고 포기해요.

결국 이 판에서 이기는 사람은 우리 같은 주부가 아니라, 세일을 연중행사로 만들어놓고 사람들 머리 굴리게 하는 회사들이죠.

그래도 뭐  별수 있나요. 오늘도 장 보러 나가서 코스트코, 타깃 한 바퀴 돌고, 집에 와서 또 휴대폰 들고 가격 비교하면서 투덜거립니다. "진짜, 다음 세일에는 안 당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