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살면서 게티 미술관(Getty Museum)은 꼭 한번 가봐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나도 어느 주말, 친구랑 김밥 싸들고 드라이브 삼아 올라가봤습니다. 들어가는 길부터 살짝 설렜어요.

산 위에 딱 자리 잡고 있어서 길이 구불구불 올라가는데, 점점 멀어지는 도심 풍경 보면서 "아, 진짜 나 오늘 문화인 된다" 이런 기분이랄까요. 주차하고 트램 타고 올라가는데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하얀 대리석 건물이 언덕 위에서 반짝이는 게 그 자체로 너무 멋있어요.

안에 들어가자마자 느낀 건 여기가 그냥 미술관이 아니라 풍경까지 작품이라는 거예요. 유럽 궁전 느낌 나고, 햇빛이 하얀 건물에 반사돼서 사진 찍으면 필터 없이도 인생샷 건질 수 있죠.

나이 좀 먹고 미술에 관심이 생겼다 생각했는데도, 막상 들어가 보면 어렵고 딱딱하면 지루할까 걱정했거든요. 근데 오히려 너무 편안했어요. 룸마다 작품들이 넉넉하게 배치돼 있어서 붐비는 느낌도 아니고, 소파에 앉아 쉬면서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그중에서도 나는 유럽 회화관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화려한 금색 프레임, 옛날 귀족 초상화, 성서 이야기 그림들이 잔뜩 걸려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붓자국이 살아있고 천의 질감까지 보여요.

"옛날 사람들 진짜 이걸 하나하나 손으로 다 그렸구나" 생각하니 세월 무게가 느껴지더라고요.

고흐랑 모네 같은 유명한 화가 작품도 있어서 명화들을 직접 본다는것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야외 정원도 빼놓을 수 없어요. 분수 흐르고 장미가 줄지어 피어 있고, 햇빛에 반짝이는 잔디도 예쁘더라고요.

Getty Museum은 도시락을 허용 합니다. 즉, 집에서 준비해 간 음식이나 스낵, 음료를 가져가서 야외 지정된 장소에서 먹는 건 가능합니다. 저는 벤치에 앉아 김밥 꺼내 먹으면서 "도시락이 너무 맛있다" 하고 웃었습니다. 아이 데리고 오는 가족도 많아 보였는데, 애들이 잔디에서 구르고 뛰노는 모습이 너무 자유롭고 보기 좋았어요. 미술관이라고 해서 조용히만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깨지더라고요.

무엇보다 뷰가 예술입니다. LA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 바다까지 보일 때는 마음이 탁 트였어요. 저녁 전후로 가면 노을빛이 건물에 비쳐 황금색으로 반짝이는데, 그냥 그 장면만으로도 방문 가치 충분합니다. 사진 백 장은 기본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어요. 언덕 위라 바람이 많이 불고 햇빛이 강하니 모자랑 선크림은 필수고, 전시관이 워낙 넓어서 다 보려면 다리 알배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볼 만큼만 보고 쉬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요. "당일치기 힐링 코스"로 딱입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멍하게 사진을 보는데 괜히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화려한 작품보다는 오히려 공간이 주는 여유가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바쁘게 살다가도 이런 곳 가서 숨 한번 고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다음번엔 남편 데리고 가야지, 그리고 점심은 김밥 말고 샌드위치로 더 있어 보이게 먹어봐야겠어요.

LA 살면서 게티 안 가본 사람이라면 꼭 한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