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 한번 담가보겠다고 마음먹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시작부터 정신이 없다.
고춧가루는 몇 그램, 액젓은 몇 숟갈, 새우젓에 매실액, 배즙, 사과즙, 찹쌀풀까지.
잠깐만.
김치가 원래 이렇게 복잡한 음식이었나?
그런데 김치 좀 담가본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의외로 대답이 단순하다.
"배추부터 잘 골라. 그리고 제대로 절여."
그렇다. 김치의 승부는 양념 만들기 전에 이미 절반쯤 끝나 있다.
일단 배추부터 보자.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게 아니다. 들어봤을 때 적당히 묵직하면서 겉잎은 싱싱하고 속은 노르스름한 게 좋다.
속이 너무 빡빡하게 꽉 찬 것보다는 잎 사이에 약간 여유가 있는 배추가 양념도 잘 들어간다.
배추를 골랐으면 이제 진짜 중요한 절이기다. 여기서 김치 초보들이 사고를 친다고 한다.
빨리 절이겠다고 소금을 왕창 넣는다. 그러면 빨리 끝날 것 같지?
겉은 짜고 속은 제대로 안 절여진 이상한 배추가 탄생할 수 있다.
반대로 소금을 너무 아끼면 어떻게 되느냐. 김치 담근 다음날부터 배추에서 물이 줄줄 나온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양념은 점점 싱거워지고 배추에서는 풋내가 난다.
요령은 굵은소금으로 소금물을 만들어 배추 전체를 적셔준 다음, 두꺼운 흰 줄기 사이사이에 소금을 조금씩 뿌려준다. 얇은 잎 부분에는 많이 뿌릴 필요 없다.
그리고 기다린다. 김치는 성격 급한 사람이 만들면 여기서부터 힘들다.
몇 시간 지나면 중간에 한두 번 배추 위치를 바꿔준다. 위에 있던 놈 아래로 보내고 아래 있던 놈 위로 올려주면 골고루 절여진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절여야 하느냐. 시계만 보지 말고 배추를 직접 구부려보면 된다.
두꺼운 흰 줄기를 접었을 때 뚝 하고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휘어진다? 그때가 김치 만들 준비가 된 배추다.
그렇다고 완전히 축 늘어져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절이면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건 아삭한 김치지 배추 수건이 아니다.
잘 절여졌으면 깨끗한 물에 두세 번 씻는다. 그리고 여기서 또 중요한 것.
물부터 제대로 빼야 한다.

씻은 배추를 채반에 올려놓고 충분히 물기를 빼준다.
이제야 고춧가루, 마늘, 생강, 액젓, 새우젓, 무채, 파 같은 양념이 등장한다.
그런데 신기한 게 있다.
배추가 좋고 절이기가 제대로 됐으면 양념을 그렇게 요란하게 만들지 않아도 김치가 맛있다.
반대로 배추 절이기를 망쳐놓으면 비싼 고춧가루에 좋은 젓갈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김치 잘 담그고 싶다면 양념 레시피부터 검색하지 말자.
좋은 배추 고르고, 소금 간 제대로 하고, 서두르지 않고 절이고, 물기 충분히 빼기.
이 네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김치 고수들이 괜히 배추부터 만져보는 게 아니다.
김치는 양념으로 시작하는 음식 같지만 사실 소금에 절인 배추에서 이미 승부가 시작된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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