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칸소냐 아칸사스냐 이걸로 처음부터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주가 바로 Arkansas다.

영어 철자는 분명히 Arkansas인데 왜 발음은 끝의 s를 꿀꺽 삼켜버리고 아칸소라고 하느냐, 이걸 처음 듣는 사람 입장에선 솔직히 좀 얄밉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읽으면 아칸사스가 맞아 보이는데 현지에서 그렇게 말했다간 바로 관광객 티 난다.

웃긴 건 주 깃발에도 당당하게 Arkansas라고 써 붙여 놓고는 발음은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는 식이라는 점이다. 이게 그냥 지역 사투리 수준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아칸소는 아예 주 정부가 나서서 아칸사스라고 발음하는 걸 불법 비슷하게 만들어버린 전력이 있다. 발음 하나에 이렇게 집착하는 주도 흔치 않다.

이 집착의 뿌리를 파고 들어가면 생각보다 얘기가 길다. 원래 이 땅은 여러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삶터였고, 17세기 무렵 미시시피강 서쪽과 아칸소강 북쪽에는 콰포족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을 다른 부족들은 하류 사람들, 남풍 같은 이름으로 불렀고 그들이 스스로 부르던 발음은 우카나소에 가까웠다.

문제는 여기에 프랑스 모피 사냥꾼들이 끼어들면서부터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 소리를 자기들 방식대로 적었고, 그렇게 굳어진 표기가 Arkansas였다. 프랑스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s를 굳이 발음하지 않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이후 영국계 이주민들이 지도를 보고 이 땅에 들어오면서 일이 꼬인다. 글자는 Arkansas인데 프랑스식 발음 따위는 관심 없던 영국인들은 그냥 보이는 대로 읽어 아칸사스라고 불러버렸다. 이 발음이 퍼지면서 한동안 두 발음이 섞여 쓰였고, 결국 더 많이 남아 있던 프랑스계 후손들과 지역 정치권이 나서서 아칸소만이 옳다며 못을 박아버린다.

주 이름이 강 이름보다 더 강한 방언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래서 지금도 주 깃발의 마름모 안에는 별이 25개나 들어가 있는데, 이건 아칸소가 미국의 25번째 주라는 걸 과시하는 장식이고, 위쪽의 별 하나는 미연합국 소속이던 역사를, 아래쪽의 세 개 별은 이 땅이 거쳐 온 스페인, 프랑스, 미국을 의미한다.

발음 하나에도 이렇게 과거와 자존심을 욱여넣은 주답게 자연도 은근히 성질이 있다. 미시시피강을 끼고 있고 북서쪽 오자크 지역은 산과 동굴이 끝도 없이 이어지며, 블랜차드 스프링스 캐번 같은 석회암 동굴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복잡하다. 온천도 있고 숲도 많고, 겉으로 보면 남부의 순한 시골 주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역사도 발음도 다 고집 덩어리다.

여기 사는 사람들도 남부치고 기질은 전혀 느리지 않다. 자기들 방식, 자기들 역사, 자기들 발음에 대한 고집이 단단하다. 남부 특유의 느긋함 뒤에 묘하게 뻣뻣한 자존심이 숨어 있다. 그래서 아칸소는 순해 보이다가도 한 번 선 넘으면 바로 벽을 세우는 주로 유명한것 같다. 바로옆에 오클라호마,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주가 있지만 성격이 완전히 다른 특징이 있다고 생각한다.